[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적이지만 배워야 한다. 일본 전자 산업 몰락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일본 기업인들의 평가가 예사롭지 않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7일 한국 양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중 특이한 대목이 엿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문은 양국 경영자들에게 상대국의 기업인 중 존경하라는 인물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일본 기업인들은 압도적으로 이건희 회장을 지목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창업자와 일본 3대 경영인으로 꼽히며 일본항공(JAL) 부활의 일등공신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답변이 분산됐다. 하지만 일본 기업인들의 눈에는 이건희 회장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신문은 이건희 회장이 스마트폰, 평판 TV, 반도체 등에서 공격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일본 전자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일본 내에서 그의 경영 이념에 공감하는 경영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이 회장의 '신상필벌'(信賞必罰), '하향식 경영' 리더십에 대한 일본 경영인들의 관심이 크다고 소개했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하고 실적 악화에는 책임을 묻는다'는 신상필벌은 이건희 회장의 대표적 삼성경영 철학이다. 연공서열식 인사에서 벗어나 실력에 기반 한 인사와 금전 보상을 통해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향식 경영은 오너의 책임경영을 통해 전문경영인이 시도하기 어려운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역량 집중으로 난공불락일 것 같던 일본 전자산업을 무너뜨리고 삼성을 세계 굴지의 전자 업체로 거듭나게 한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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