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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혁명과 혁신의 차이(249)

시계아이콘00분 51초 소요

혁명은 전복주의자들이 하는 것이고, 혁신은 개량주의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읽어왔다. 혁명은 죽음을 무릅쓰고 하는 것이고 혁신은 노동자들이 죽기살기로 하는 것이라고 느껴왔다.


세상을 여러 면모로 살피고 삶의 양상들과 역사를 곱씹어 보면서,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과 혁신의 다른 점은, 그런 것만이 아니었구나. 혁신에는 새로운 미래를 열려는 창의적 고뇌가 있는 반면, 혁명에는 누추한 과거를 뒤엎으려는 끝없는 분노가 있구나 하는 생각.


혁명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저 다혈질적이고 저 전투적이고 저 외눈바기의 '분노'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분노는 아름답고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다. 하지만 분노는 유통기한이 있다. 그것은 분노할 대상이 분노로 바뀔 수 있는 전망이 있을 때이며, 분노를 돌이켜 보아 그것에 사심이 없을 때이다.

정치는, 끝없는 불화와 이견에 대해 내놓은 인간의 지혜이다. 상대를 진압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불화와 이견을 그대로 둔 채 평화로울 수 있을까. 이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향한 열정이 바로 정치이다.


분노를 연료로 쓰고 있는 혁명을, 정치의 엔진으로 삼아 지상낙원을 건설하겠다는 지난 세기의 꿈은, 이미 배터리가 동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혁신은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것이 과거에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를 현재가 모두 응징하고 심판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 말이 답답해보일지도 모른다.


좀 답답한 채로 놔두고, 지금 우리의 여건 위에서 있는 힘을 다해 인간의 한계들을 떨쳐내보자는 노력이 이제 우둔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긍정주의의 멍청함에 대해 그간 오래 조롱해왔지만, 그리고 그것이 독재자들이나 부자들의 십팔번이라고만 여겨왔지만, 이제 오래전 읽었던 '신념의 마력'이나, 요즘 유행하는 '창조리더십' 따위의 책을 곰곰 들여다보고 싶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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