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습격]올해의 사자성어(246)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고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 권력의 측근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세력을 꼬집은 말일 것이다. 비선 실세니, 윤회정치니, 십상시니, 권력 암투니 하는 찌라시뉴스가 올 연말을 뒤숭숭하게 뒤흔들고 있어온 터라, 사뭇 풍자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왜 교수들이 이런 걸 뽑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교수는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며, 대개 한 분야의 학문에서 전문가의 길을 가고 있는 분들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 다른 모든 분야에도 도통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우리는 그렇게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좀 있다. '박사'라는 학위 명칭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그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개념을 넘어, 모든 것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나 이것저것 주제넘게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안달이박사'에 가깝다. 우리는 저 사자성어의 현학적인 연말행사와, 척척박사 혹은 안달이박사의 문자질의 궁합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얼마나 우스운가. 그분들이 그런 선정을 할 대표성이나 자격이 있는가. 공대교수와 음대교수와 체육대교수와 심리학교수와 경제학교수가 일반 국민보다 한 해를 표현하는데 네 글자로 된 한자말을 찾는데 더 유능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하튼 교수신문에서 선정했다는 '지록위마'는 적절한 것일까. 현 국가정치의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해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기엔 권력 정점에 있는 통치자의 '문제'를 싹 빼놓고 측근들의 문제로만 돌리는, '맹목'적인 풍자의 기미가 있다.

그저 연말이 되었으니 한번 피식 쓴 웃음이나 짓고 가자고 하는 놀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척척박사와 안달이박사가 그동안 국민들의 모든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분으로 이해되어온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말이 지닌 뜻밖의 의미들을 치밀하고 섬세히 검토하지 않은 채, 툭, 한 말씀을 내던지는 건 곤란하다. 법어도 법어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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