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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자기부담금 2배 늘어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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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8일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실손의료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을 현재 10%에서 20%로 올리고, 비(非)급여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받기 위한 심사 절차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만 5년 동안 묶여 있던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가계에 끼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은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나서 청구되는 병원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 주는 보험상품이다. 환자본인 부담금에 해당하는 의료비의 최대 90%까지 보장해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규모는 3300만명에 이른다. 국민 보험으로 불리는 자동차보험 가입자(1900만명)보다도 1400만명이나 많은 숫자다. 국민 생활에 미치는 위상과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9년 10월 중구난방식이던 실손보험 상품을 표준화 한 이른바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작업 이후 5년간 보험사들을 다독이며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자제시켰다. 그러나 올해 말 이 억제 정책이 풀려 내년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올리지 못한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인상폭은 20~30%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폭을 10% 안팎에서 막을 수 있도록 부랴부랴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실손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현재 치료비의 10%에서 20% 이상으로 설정키로 했다. 치료비가 100만원 청구됐다면 실손보험 가입자가 내야 할 비용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2배 많아지는 셈이다. 자기부담금 수준이 너무 낮을 경우 과잉진료가 유발되고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자기부담금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현재도 자기부담금 20%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올해 1~9월에 판매된 실손보험 상품 289만건 가운데 해당 상품은 10만2000건(3.5%)에 그칠 정도로 가입률이 낮다. 이 때문에 앞으로 출시되는 상품은 모두 20%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보험사는 자기부담금을 20% 이상으로 올리도록 할 방침"이라며 "대부분 보험사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해 자기부담금 상한은 현행 200만원 선을 유지키로 했다.


금융위는 또 청구된 의료비가 과잉진료에 의한 것인지를 보험사가 알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전문 기관을 통해 의료비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지금은 병원에서 발급한 의료비 영수증만 있으면 보험금이 대부분 지급된다. 이런 이유로 병원들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MRI 같은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비싼 진료ㆍ치료를 받도록 유도하고 보험 가입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 이에 자동차보험 진료내역심사 때 적용하는 방식을 실손보험에도 도입해 의료비 적정성을 심평원 등 전문기관을 통해 확인한 뒤 지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험업계는 당국의 이같은 대책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악용한 과잉진료를 통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부담금 조정만으로 손해율을 낮추기는 어렵다"며 "실손보험의 개혁을 위해서는 병원의 과도한 진료행위를 솎아내고 병원마다 들쭉날쭉한 의료비의 표준화를 유인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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