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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해법 찾은 '빅토리 박' 비결은 마인드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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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2년차 프로농구 SK 박승리…쉬는날도 음성으로 임무 숙지 훈련, 향상된 집중력에 성적도 올라

V해법 찾은 '빅토리 박' 비결은 마인드 컨트롤 박승리[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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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상대의 속공. 한 명은 오른쪽, 다른 한 명은 왼쪽에서 뛰어온다. 누구에게 달려들 것인가. 어떻게 각도를 좁혀야 수비 성공률이 높아질까."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계속된 물음. 이제 침대에 몸을 기댄 박승리(25ㆍ미국명 데이비드 마이클스)가 답을 할 차례다.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가상세계 속의 자신을 조종하면 된다. 그는 두 선수 사이로 강하게 점프했다. 공을 가로챈 듯하다. 만화영화를 보던 아들 다니엘 재거(1)가 흐뭇해하는 아빠를 신기한듯 바라본다. "아빠, 경기 중이잖아. 집중 좀 할게."

박승리는 매일 코트를 누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가상세계에서 풀타임을 뛴다. 위트먼대학 시절 만난 그랜트 베차드 코치의 음성에 맞춰 상황을 그리고 문경은(43) 감독이 지시한 내용을 하나씩 적용한다. 최선의 방법은 늘 스스로 찾는다. "실제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죠. 보다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잘 이해하게 되고요." 그는 경기 중에도 시뮬레이션을 한다. 특히 공격으로 전환할 때 코칭스태프의 사인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한다. "한국처럼 빠른 농구에선 조금만 실수해도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어요. 미리 움직임을 정해놓고 뛰면 그 여지를 많이 줄일 수 있죠." 단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체력, 기술, 훈련량, 열정 등이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것'에 관심을 두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요. 슈팅을 할 때도 자세에만 집중하지, 손을 떠난 공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요."


V해법 찾은 '빅토리 박' 비결은 마인드 컨트롤 박승리[사진=KBL 제공]

그는 위트먼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자신을 제어하는데 익숙하다. 미국대학농구 3부리그에서 뛰면서부터 이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1부리그의 명문대 출신 선수들도 프로선수가 되기 어려운 환경과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그 덕에 극복했다고 믿는다. "저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야 많죠. 하지만 정신력만큼은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박승리는 여전히 베차드 코치에게 꾸준히 연락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한편으로는 SK에서 국내선수들과 똑같이 훈련받으며 리그 적응력을 높인다. "특별대우를 받는 애런 헤인즈(33)와 코트니 심스(31)가 내심 부럽기도 하죠. 하지만 한국 특유의 조직적 농구를 익히려면 팀 훈련만으로는 부족해요. 코칭스태프에게 더 강한 믿음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는 지난여름을 주로 한국에서 보냈다. 아내 미셸 재거(20)가 임신과 출산으로 고생했지만 SK의 팀원으로 먼저 거듭나는 것이 가족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루에 수백 개씩 슈팅을 던졌고, 폭우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문경은 감독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팀 색깔을 빠르게 흡수했다. 특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안다"며 "헤인즈(평균 20.6점)와 박상오(33ㆍ평균 10.2점)가 많은 득점을 올리는 데에도 승리가 많은 움직임으로 도와준 면이 많다"고 했다.


V해법 찾은 '빅토리 박' 비결은 마인드 컨트롤 박승리[사진=KBL 제공]


박승리의 개인 성적도 향상됐다. 지난 시즌 11분13초에 머물렀던 평균 출장시간이 22분24초로 늘면서 모든 기록이 두 배가량 올랐다. 스물여덟 경기에서 평균 5.5득점 4.0리바운드 0.8도움 0.8가로채기를 했다. 지난 22일 창원 LG와 경기에서는 8득점 6리바운드로 팀의 87-73 승리에 일조했다. 문 감독은 "팀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로 부상했다"며 "수비는 제1옵션, 공격은 제4옵션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슈팅 감각이 있는 선수라서 더 중용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박승리는 팀 내 입지가 탄탄해질수록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가족이 생겨 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코트에서 신발 끈을 묶을 때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를 2인자라고 생각해왔다. 농구를 잘 하지도 못했지만 집안환경이 어려웠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건 노력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햄버거 가게에서 고기를 구워야 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인생의 목표를 '성공'에서 '노력'으로 바꿨다. "SK는 팀이 강한데다 감독이 역할을 정해줘서 내 할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 나만의 경쟁력을 계속 키운다면 언젠가 팬들이 '승리자'로 기억하지 않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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