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나타내는 사자성어 설문조사…내년 내수침체로 경영환경 악화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필사즉생(必死則生·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내년 경영환경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필사즉생을 꼽았다. 성장보다 생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는 '기진맥진(氣盡脈盡·기운이 없어지고 맥이 풀렸다)'이 꼽혀, 거듭된 경영악재에 지친 최고경영자(CEO)들의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현장의 중소기업인 500명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환경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33.3%가 필사즉생을 꼽았다고 23일 밝혔다.
중소기업 앞에 놓인 내년 한 해의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거주양난(去住兩難·가야할지 머물러야할지 결정하기 어렵다)'과 '속수무책(束手無策·뻔히 보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꼼짝할 수 없다)'도 각각 27.4%, 13%로 조사됐다. 내년 위기가 다가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뾰족한 수가 없는 중소기업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22.4%는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11.4%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하겠다는 뜻의 '극세척도(克世拓道)'를, 11%가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펼친다는 뜻의 '제구포신(除舊布新)'을 택했다. 중소기업도 내년 한 해 사업재편 등을 통해 기업의 체질개선에 주력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어려움을 헤치고 나오는 내용의 사자성어를 선택했다. 42.2%가 기진맥진을, 36.2%가 '천신만고(千辛萬苦·마음과 몸을 온가지로 수고롭게 하고 애를 씀)'를, 8.8%가 '전호후랑(前虎後狼·앞으론 호랑이와 맞서고 뒤로는 이리가 들어온다)'을 꼽았다.
반면 12.8%는 나쁜 일이 오히려 좋은 일로 바뀌었다는 뜻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선택, 올해 닥쳤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은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영환경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76.2%가 '내수경기 부진'을 들었다. 중소기업은 2년7개월째 내수부진을 최대 경영애로로 꼽고 있다. 또 37%가 '세계경제 회복 불투명'을, 25.8%가 '대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를 꼽았다.
23.6%는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 하락'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중소기업 현장까지 도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경영전략으로 중소기업 81%가 '경영 내실화'를 꼽았으며, 30.2%가 '위기대응시스템 구축', 28.8%가 '글로벌시장 진출확대'라고 답했다. 중소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본격적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거나 내수에서 수출전환을 통해 탈출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이 내년 정부에 희망하는 정책으로는 45.6%가 '손톱 밑 가시 등 규제완화'를 꼽았다. '대기업의 국내투자 유도(39%)'와 '중소제조업 육성(31.6%)'도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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