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사업 백지화 후 4개월만…강남구 '토지 전면수용·현금보상방식' 주장 수용키로 결단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백지화된지 4개월 만에 전격 재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구의 주장을 전격 수용한 때문이다. 사업비 절감과 원주민 재정착을 위해 토지보상 때 일부 개발 후 토지로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강남구와 갈등이 커졌고 이로인해 개발이 무산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남구는 서울시 입장과 달리 전면 수용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지난 2년간 토지보상 방식에 이견을 보였으며 결국 개발계획 입안이 되지 못한 채 지난 8월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개발사업 무산으로 인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장기간 주민들이 방치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지난 11월 발생한 화재사고는 박 시장과 서울시로 하여금 보상방식을 두고 더이상 대립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을 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화재사고가 발생한 이후 현장을 둘러봤으며 이 자리에서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만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발을 재개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어 박 시장은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 자리에서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구룡마을 개발계획 무산으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면 죄책감마저 든다"고 말해 고수해오던 보상방식을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서울시는 18일 구룡마을 거주민들의 열악한 주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사업 재추진이 필요하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구역 지정을 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한 개발속도를 내기 위해 개발계획 수립까지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물론 보상방식은 강남구가 주장해온 전면 수용 방식이다.
또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은 ▲현지 공공시설 설치 ▲거주민 복지증진에 재투자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 등 거주민 재정착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대표적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데 대해 강남구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18일 오전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개포 구룡마을 비전 도시개발사업'을 전격 추진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 사업이 최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방향 전환과 강남구의 수용의사가 어우러지며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다시 재개될 수 있게 됐다. 다만 토지 수용을 두고 앞으로는 주민과 서울시간의 이견을 봉합하는 문제와 개발 이후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란은 남을 전망이다.
한편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오세훈 전 시장이 재임하던 2011년 토지주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수용ㆍ사용방식의 공영개발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다 2012년 서울시가 사업비 부담을 이유로 토지로 보상하는 환지방식을 일부 도입하기로 하자 강남구가 반대하며 개발사업이 백지화됐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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