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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도 아니고, 톱스타도 없는데…'님아'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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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은 세대들 "사랑의 의미 되새겨주는 영화"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톱스타도 없는데…'님아' 신드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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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연말 극장가를 강타한 작품은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연인들을 위한 멜로 영화도, 톱스타를 앞세운 한국형 액션 영화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모든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누적관객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 '워낭소리'보다 18일이나 빠른 속도다.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주인공 할머니가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워 자녀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는 일까지 생긴 지경이다. 개봉 후 3주가 지났지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신드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영화는 조병만(98), 강계열(89) 부부의 일상을 담는다. 이미 KBS '인간극장'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금실 좋은 부부로 소개된 이들 노부부는 76년째 한 이불을 덮고 있다. 100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쓸어담은 낙엽을 할머니에게 던지거나, 할머니가 빨래하고 있는 개울가에 돌멩이를 던지며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 소녀같은 할머니는 꽃을 꺾어 할아버지의 머리에 꽂아주고는 "인물이 훤하다"며 활짝 웃고, 한밤중에 화장실에 혼자 가기 무섭다며 할아버지에게 화장실 문 옆에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방송국 독립 프로듀서로 일했던 진모영 감독은 우연히 커플 한복을 입고 횡성 5일장에 나선 이 노부부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고, 이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이들을 찾았다.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 감독은 "'이 분들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 정말 큰데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두 분의 모습을 본 부부나 연인 등 많은 이들에게 사랑에 대한 의미를 새겨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의 흥행 요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40~50대가 와서 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0대가 많이 찾아줘서 놀랐다. 한 20대 관객에게 물어보니 '젊은 세대들의 사랑은 굉장히 짧고, 밀당하고 썸타느라 힘들다.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 영원함에 대한 동경과 소망이 있었는데 이 두 분을 봤을 때 그런 갈증을 해소해줬다'고 하더라. 이분뿐만이 아니라 전 연령대가 비슷하게 이 영화를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찾아줬다"고 답했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톱스타도 없는데…'님아' 신드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처음에는 두 분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에 담자는 의도가 컸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할아버지의 기력이 급속도로 쇠약해져가며 이들의 이별 장면도 담게 됐다. 특히 할아버지는 손주처럼 아끼며 키우던 강아지 '꼬마'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후로 병세가 악화됐다. '꼬마'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던지는 넋두리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꼬마'가 할아버지 간 뒤에 찾을까봐 근심했더니, '꼬마'가 먼저 갔네." 이때부터 할머니는 차근차근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전쟁과 각종 병치레로 오래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6명의 아이들을 위해 내복을 사고는 "먼저 가는 사람이 아이들한테 내복을 전해줍시다"라며 눈물을 훔친다. 오랜만에 모인 장성한 자식들이 의견다툼을 벌이자 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또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톱스타도 없는데…'님아' 신드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결국 할아버지는 2013년 겨울 세상을 떠났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할아버지의 무덤 옆에서 할머니는 저승길에 입으라고 할아버지의 옷을 태운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걷다가 다시 주저앉은 할머니는 "우리 할아버지 불쌍해서 어떡해"하며 목놓아 울고 만다. "먼저 가 있으면 내가 곧 따라갈게요. 내가 빨리 가지 않으면 나를 데리러 와 줘요. 파란 바지와 하얀 저고리 입고 날 데리러 와 주세요." 할머니의 곡소리로 시작한 영화는 다시 할머니의 곡소리로 끝이 난다. 이미 강을 건너버린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남은 할머니의 슬픔이 스크린을 가득 적신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란 또 다른 영화 제목이 절로 떠오른다.


실제로 진 감독은 촬영하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프로젝트를 중단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촬영을 재개한 이유는 그 이별의 과정까지가 사랑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아궁이에서 할아버지의 옷을 정리해주는 장면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할머니가 앞서간 자녀들에 대해 표현을 하시는데, 이 이야기가 부부의 오순도순한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랑의 성장, 완성 그리고 죽음까지 통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경수 PD는 "지난주 금요일(12일)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주년이 된 날이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무덤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를 가져가 태워줬다"며 "아직도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슬퍼하셨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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