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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여고 시험지 유출한 교사·학부모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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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국·영·수 과목 조직적으로 빼돌린 5명 유죄 선고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5대 명문'으로 불리던 한 사립여고에서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조직적으로 시험지를 유출한 교사들에 대한 재판에서 이들의 범행 수법이 상세히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정석)는 16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사립여고에서 시험문제를 빼돌린 교사와 학부모 다섯 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범행은 A교사와 B학부모가 짜고 다른 교사들을 포섭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1년 반 동안 이들은 무려 8차례나 시험지를 빼돌렸다.

A교사는 2012년 학교 학부모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B씨로부터 "시험문제를 가르쳐 주고 딸을 지도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또 B씨로부터 1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건네받았다. 국어교사였던 A씨는 수학교사인 C교사에게 이 중 400만원을 떼어 주며 "B씨 딸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주라"고 했다.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한 셈이다. 수학교사인 C교사는 이를 승낙하고 학교 진학상담실에서 B씨의 딸에게 2012년도 2학년 수학 중간·기말고사에 출제될 30~40문항을 추려 숫자만 바꾼 뒤 그 풀이과정과 정답을 일러줬다. B씨의 딸은 C교사가 알려준 대로 정답을 적어냈다.


A씨는 수학뿐 아니라 영어과목 교사도 끌어들였다. A씨는 영어과목 D교사에게 "이유는 묻지 말고 출제될 영어 시험 문제지를 형식만 바꿔서 미리 전달해 달라"고 부탁해 빼냈다. 이듬해에는 다른 국어 교사인 E씨에게도 출제한 국어 시험지를 미리 가르쳐달라고 해서 빼냈다. 다만 D·E교사는 '촌지'를 받지는 않았다. 두 교사는 A씨와 친분관계 때문에 시험지를 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완전범죄'로 끝날 것 같던 학부모와 교사의 범행은 해를 넘기며 갈등을 빚었다. C교사의 경찰진술에 따르면 A교사는 "B씨가 딸이 대학진학에 실패하자 '촌지'를 돌려달라고 해서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학부모 B씨의 제보로 범행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재판부는 범행을 사실상 주도한 A교사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촌지'를 받은 C교사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D교사와 E교사는 각각 벌금 700만원과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학부모 B씨에게는 징역 10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촌지를 주고받은 교사 A·C 씨와 학부모 B씨는 뒤늦게 "2000만원은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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