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긍정적 평가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별다른 상승동력을 찾지 못한 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국내증시에 대해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들은 연일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증권사들보다 더 관대한 내년도 증시전망을 발표하며 투자심리를 달구는 모습이다.
2800억달러(약 309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2015년 한국시장 전망' 자료에서 "대외적으로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고 변동성도 높은 상태가 지속되겠지만,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요인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국기업들의 배당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배당 증가는 주주친화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피델리티는 이어 "감익 추세였던 기업이익이 내년에는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기민감 산업들의 이익 하향조정이 지난 3년에 걸쳐 일어나면서 현재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돼 있고, 최근 진행된 원화절하도 국내 수출기업들의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지난 몇년간 눌려 있던 내수 소비도 기저효과 등으로 다소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국내증시의 붐업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 2일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한국 수출기업들 실적이 증가해 코스피가 23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한국의 수출과 증시가 답보상태에 머물러왔다"며 "내년에는 수출이 6~7% 성장하고, 환율 여건도 원화 약세 방향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박스권을 탈피할 듯하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3.8%로 올해 대비 30~4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도 1일 "내년 한국기업들 이익이 올해보다 10%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 관광객 증가 ▲배당 확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부동산시장 회복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 ▲저금리 기조에 따른 증시 내 자금 유입 등을 5대 모멘텀으로 꼽았다.
금융투자업계는 평소 한국 경제와 기업들에 박한 평가를 서슴지 않던 외국사들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국내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증시의 상승 추세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양상인데, 곧 분위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배당 확대 등 내부 정책 요소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외사들의 이러한 전망은 국내 증권사 분위기와 비교해도 '훈훈'하다. 지난달 아시아경제신문이 국내 10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내년 국내 증시에 대해 '상승세'보다는 '회복세'에 방점을 뒀다.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 영향으로 상반기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다 하반기 들어 기업실적 개선, 배당 확대가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해 저평가 국면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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