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암울한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놨다. 어제(10일) 발표한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새해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3.5%에 그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3.8%)보다 낮은 것이며 우리의 잠재성장률(4% 안팎)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나온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 중에서 최저다.
KDI는 나아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수준(3.3%)에 머물 경우 국내 성장률은 3% 초반까지 추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경제가 저성장의 긴 터널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키우는 진단이다.
반년 전만 해도 낙관론을 펴던 KDI의 뒤늦은 경고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선도적 경기예측 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KDI는 지난 5월 '2014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만 해도 올해는 3.7%, 내년엔 3.8%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당시 KDI는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대내외 여건 변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단기 경기부양책은 필요 없다'고 정책 조언을 했고 금리 수준의 유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개월 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렸고 정부는 적극적 확장 정책을 선언했다.
KDI가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 어제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한 경제포럼에서 내년 경제상황을 우려하는 말을 했다. 그는 "당초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지만 최근 하방 리스크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의 회복세가 불안정하다는 판단이 최 부총리와 KDI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보는 근거다. 무엇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미한 데다 기업의 투자도 부진하다. 내수 부진과 맞물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안팎을 맴돌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수출도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와 KDI가 같은 날 이구동성으로 내년 경제의 추락을 강조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기획재정부가 곧 발표할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의 근거를 다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은 아닌가. KDI의 뒷북치기식 전망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엄정한 진단과 정책의지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예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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