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윤회(59)씨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박지만 EG 회장(56)과의 대질신문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고 제기된 권력암투설과 각종 논란이 이번 문건 파문 이후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대질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부는 11일 새벽까지 15시간 넘게 정씨를 상대로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 회장과의 대질 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씨는 시사저널이 보도한 '정윤회, 박지만 EG회장 미행' 기사와 관련해 취재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씨는 박 회장이 미행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대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행보도 관련 사건도 이번 문건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에서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정씨의 미행지시 여부가 문건 파문과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지만 문건 작성 배경에 권력암투와 배후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만큼 내용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당사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도 소환조사나 대질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박 회장은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보도된 후 지인에게 "정씨가 검찰에서 계속 거짓말을 할 경우 내가 직접 나서겠다"며 이번 사건의 전면에 나타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권력암투설의 두 축인 박 회장과 정씨가 검찰에서 대질신문을 받게 될 경우 이번 문건 파문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박 회장이 정씨가 '그림자 실세'로 국정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물증을 제시하거나 진술을 할 경우 파장은 걷잘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 소환 또는 대질신문을) 현재로서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른바 '조응천 7인방 그룹'으로 불리는 모임이 문건의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 모 청와대 행정관을 내부 감찰하는 과정에서 '조응천'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은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오 행정관이 유출된 문건의 사본 100장을 가져와서 조사를 해달라고 한 것은 맞는 것 같고, 그후 (100장에 대한) 출처에 대해 조사한 것도 확인된 것 같다"며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 행정관으로부터) 조응천이란 이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오 행정관과 박지만 회장의 측근 등을 포함한 '조응천 7인' 모임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이 안 된다. 내부감찰은 누구로부터 받은 것이냐(출처) 그런 것에 초점이 있었던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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