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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스피드건]전창진 감독과 로드의 비밀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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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스피드건]전창진 감독과 로드의 비밀과외 찰스 로드(왼쪽)와 전창진 감독[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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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라도 된 줄 알아?" 프로농구 부산 KT의 벤치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말이다. 불호령의 대상은 찰스 로드(29). 전창진(51) 감독의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숙인다. 정철우(28) 씨의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그 의미를 대번에 알아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경기에 침착하게 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경기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요."

외국인선수를 큰소리로 나무라는 감독은 흔치 않다. 하지만 전 감독은 지난 4일 팀 훈련에서도 로드에게 같은 말을 했다. 하루 전 서울 삼성과의 경기(93-92 승)에서 경기 내용이 나빴기 때문이다. 로드는 19분31초 동안 10득점 6리바운드를 했다. 반면 백업 외국인선수 에반 브락(30)은 30분29초 동안 18득점 6리바운드를 했다. "쓸데없는 플레이를 자꾸 하니까 동료들이 힘들어하잖아."


자칫 잔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로드는 오히려 고마워한다. 이날 전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처음으로 개인 지도를 받았다. 골밑 움직임, 슛 밸런스, 자리싸움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1시간20분가량 했다. 덩크슛도 서른 개 이상 했다. "체력 훈련이죠. 외국인선수들에게 달리기를 시키면 지루해하거든요. 훈련에 재미를 가미해야 의욕을 갖고 해요."

전 감독은 외국인선수들에게 늘 두 가지를 강조한다. "한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려면 경기와 훈련에 충실해야 한다 동료의식이 없는 선수는 쓰지 않겠다." 그렇다고 채찍만 들지는 않는다. 사비를 들여 아들 찰스 로드 3세(1)의 돌잔치를 열어주는 등 배려한다. 그러기에 로드도 전 감독이 아버지라도 되는 양 따른다. 오후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한 손으로 팔짱을 낀다. "(택시비로) 1만원만 줘요." 전 감독은 다른 손에 쥔 비닐봉지에 250㎖짜리 우유가 열 개가량 담긴 걸 보고 말했다. "이놈, 한국 와서 아주 뽕을 뽑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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