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 정부출연·국세감면 등 포함하면 100조 넘어
-시스템부재와 심사제도 미비, 감독미흡, 사후관리미흡 등 난맥상
-원인별 맞춤형 대책마련, 보조금관리위 설치 부정수급 컨트롤타워로 운영
-100억 이상 보조사업에 적격성심사제도 도입, 신규보조사업에 3년 기한 일몰제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부정수급자에 명단공표 5배 과징금, 보조참여 영구금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4일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한해 어림잡아 100조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더이상 눈먼돈으로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다. 보조금 부정수급의 문제가 어제 오늘이 아님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뛰는 정부 위에 나는 부정수급자"라는 말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대형화, 지능화,교묘화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1700억원규모)과 지난 2일(5222명 적발, 3119억원)의 검경합동조사와 지난해 8월 감사원 감사(2300억원) 등 3건의 사례에서 드러난 부정수급 규모는 7000억원이 넘는다.
정부당국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석달간 농업,중소기업 등 비(非)복지분야 보조금을 중심으로 18개 부처 1771개(총 26조6000억원 규모)에 대해 자체 점검한 결과, 95개 사업에서 101건의 부정수급이 드러났다. 대부분 서류미비와 목적외 사용, 허위청구 등 집행단계에서 불법,부정이 있었다. 이외에도 사업타당성검토가 미흡하거나 유사중복사업을 선정하는 경우, 허위정산 등도 다반사다.
최근 5년(2009∼2013)간 각 부처에서 교부결정이 취소된 보조금(1305억원)의 68.7%(899억원)가 법령위반을 이유로 교부가 취소된 것은 법을 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그만큼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고보조금이 눈먼돈이 된 데에는 예산이 방대한데다 사업수는 많고 사업주관기관도 혼재해 있기 때문에다. 국고보조금 예산은 올해 기준 2031개에 52조5000억원에 이른다. 2011년에 2053개, 43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사업수와 예산이 해마다 증가추세다. 52조5000억원 가운데 자체단체보조가 40조원, 민간보조가 12조5000억원이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25조5000억원, 48.5%)가 가장 크고 지출성질별로는 재량지출 보조금, 즉 지자체나 민간이 재량권을 갖고 지출할 수 있는 규모가 절반이 넘는 30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959개 사업 30조9000억원의 정부출연금과 국세감면액(33조원)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 국고보조금은 100조원을 초과한다. 정부당국은 한해 1조원 가량의 부정수급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사중복도 많은 상황이다. 최근 부처별 실태점검결과, 99개 사업이 유사중복 가능성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보조사업자 선정기준이 부처별·사업별로 상이하다보니 자격을 제대로 갖춘 것인지 부정수급을 판단에도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보조금의 관리에서부터 집행,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주기별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보조사업 선정과 국고보조율 결정은 예산심의 절차에만 의존하고 있다. 보조사업자가 보조금 계상을 신청하면서 각 부처는 예산요구를 하고 기재부가 예산심의를 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부처(처·청 포함)간 협력기구로 기재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고보조금 관리위원회가국고보조금 제도 운영에 관한 사항을 총괄 관리하게 된다.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을 시범운영한뒤 2017년에 정식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신고를 할 수 있게 신고 센터(전용번호 ☎110)를 원칙적으로 권익위로 일원화하고 신고포상금은 1억원에서 2억원 높였다. 신고를 통해 재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면 20억한도 내에서 보상금도 지급한다.
보조사업에 대한 심사와 평가단계에서는 100억 이상이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소관부처가 분야별 평가기준에 따라 사업의 적정성과 부정수급 가능성 등을 따져보는 적격성심사제를 도입키로 했다. 올해 신규보조사업 225건 가운데 100억 이상이 132건, 500억 이상이 68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전면 시행 이후부터는 대규모 사업의 재정누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유사중복사업에 대해서는 전 부처가 2017년까지 600개를 통폐합하는 기재부 계획에 맞춰 통폐합을 추진하고 2016년부터 신규로 추진되는 보조사업(재량지출 사업)에 일몰제를 도입, 매 3년마다 사업의 지속 여부를 심사하기로 했다.
사업자에 대한 감시와 감독,벌칙도 대폭 강화된다. 기재부는 내년에 보조사업자 선정기준ㆍ절차를 마련하고 각 부처는 선정기준 개선, 공모사업 확대방안 마련 등을 추진키로 했다. 민간보조사업자의 모든 이력과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보조금 10억원 이상의 보조사업자일 경우 2년 마다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고 보조사업 회계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했다.
정부는 특히 보조금 부정수급자에는 패가망신을 시킨다는 계획이다.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경우, 부정수급한 보조사업자, 보조사업 수급자 등의 명단을 공표하고 부정사용 금액의 5배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도 도입된다. 거짓 신청,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1회 이상 보조금을 수급한 보조사업자·수급자의 보조사업 참여 및 지원을 영구히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보조금법 개정안에 명단공표, 부정수급금 우선환수, 5배수 이내 징벌적 과징금 부과, 부정수급자 보조사업 참여 및 지원 금지 등을 반영하고 세부운영규정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는 행정자치부(12월8일), 문체(12월9일), 농식품·국토(12월 12일), 산업통상자원부(12월 15일), 환경부(12월16일) 등 주요 부처별로 부정수급 실태점검 결과와 제도개선 대책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복지분야는 복지사업 부정수급 척결 태스크포스(TF)에서 오는 9일 그 동안의 대책 추진상황 점검 및 개선과제를 발표한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보조금 개혁 TF 등을 통해 부처별 이행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이행부진과제에 대한 조속 추진을 독려할 것"이라며 "또한 각 부처별 부정수급 근절대책이 시도, 교육청 등 자치단체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되도록 유도·지원하는 한편, 부처별 실태점검, 검경 협조 등을 통한 단속·적발활동을 지속해 정부의 부정수급 척결의지를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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