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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21세기 글로벌 경제시대의 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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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21세기 글로벌 경제시대의 카라반 이은형 美조지폭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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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들은 가을부터 체육관에서 근육운동을 하며 힘을 키우는데, 그 이유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년 중 가장 싸게 물건을 판매하는 날이므로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려면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렸다가 당일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면서 제일 앞자리를 지키는 극성 소비자를 소개하는 뉴스도 있었다.


그런데 이 블랙 프라이데이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바로 해외에서 물건을 바로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직구(직접구매)' 열풍 때문이다. 국내에 해외직구족(族)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부터라고 한다. 해외연수 또는 유학을 다녀온 1990년대 학번 여성들을 중심으로 '해외생활 당시 사용하던 물건을 국내에서도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국내 판매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직접구매를 부추긴 원인이다.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고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들이 의류, 아기용품, 신발, 주방용품 등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해외에서 바로 주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소비자층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였던 '직구'는 빠르게 확산되면서 마침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양상으로 변화했다. 올해 '직구' 규모는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직구 열풍은 유통업계를 비롯한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수입브랜드를 비싸게 팔던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어려움에 빠졌다. 국내 수입업체의 마진을 보장해주기 위해 직구족에 대한 판매를 거부하던 유명 해외업체도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항복했다. 소셜 네트워크 공동구매업체인 위메프는 아예 직구족의 쇼핑을 도와주는 '위메프박스'로 매출을 크게 늘렸다. 카드업계도 직구족의 편의를 돕는 카드상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전파인증(적합성평가)을 받지 않은 방송통신기자재의 판매중개ㆍ구매ㆍ수입대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 전파법을 시행'함으로써 해외에서의 휴대폰 구매를 금지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직구족이 크게 늘자 소비자 편의를 위해 '위반 여부 단속은 유예한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직구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상품의 내용도 달라졌다. 당초 명품 브랜드 의류나 가방, 육아용품, 신발, 그리고 주방용품 등에 집중되던 직구상품 구성이 올해에는 삼성과 LG 65인치 TV 등 국산제품의 역수입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세금 및 운송비를 물어도 100만원가량이나 더 싸기 때문이란다. 직구대행에 나섰던 위메프에 따르면 가장 인기 높았던 웹사이트는 아마존이었다고 한다.


해외직구 열풍은 유통업계가 더 이상 전통적인 방법으로 마진을 확보할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단지 '수입'을 통해 시장을 옮기는 것으로 높은 마진을 매길 수 없는 시대다. 유럽의 고급 모직물과 금속 등을 중국에 가져다 팔고 또 중국, 인도 등에서 나는 향료, 비단, 상아 등을 유럽에 가져다 팔던 카라반. 그들은 실크로드를 횡단하면서 도적떼와 사막의 모래바람,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등의 위험을 무릅쓰며 목숨을 걸고 실크로드를 횡단했다. 이렇게 시장을 옮김으로써 물건의 가치는 수십 배, 수백 배 뛰었다.


하지만 21세기 글로벌경제에서 카라반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입에 높은 마진을 붙이는 것도 모자라 역수입한 제품보다 더 비싸게 TV를 팔고 있다면 국내 유통업체는 무능한 걸까, 나쁜 걸까.




이은형 美조지폭스대 객원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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