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 현재 발효 중인 FTA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유럽연합(EU), 터키, 인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싱가포르, 미국, 페루, 칠레와의 FTA 등 총 9건이다. 이에 추가하여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서로 유리한 조건으로 교역을 전개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5년간 세계성장 공헌율 40%, 무역성장 공헌율 30%,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 외환보유액 3조5000억달러를 기록하며 막강한 경제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괄목할 성장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이 집계한 세계 500대 기업(2013년 매출 기준)에 중국 기업이 89개 포함됨으로써 미국(132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62개)이나 영국(37개), 프랑스(31개), 독일(29개) 기업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우리는 치밀하고도 장기적인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 FTA는 협정국 간 차별적 특혜무역협정으로 협상국의 경제구조에 따라 장기적으로 득실이 뚜렷이 갈릴 수 있다. 대체로 한국은 중국에 비해 농업 등 1차 산업이 열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쌀을 FTA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농업 부문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려 한 흔적이 보인다.
2차 산업에 있어 중국은 이미 값 싸고 질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많은 부문에서 한국 제품과 경합하고 있다. 한중 FTA를 통해 아직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문(예를 들어 정보기술(IT), 자동차부품, 정밀화학, 고급강판 등)은 확실한 경쟁력 혁신을 통하여 비교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
3차 산업은 대체로 한국이 중국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영화, 음악, 미디어, 게임 등 중국 내 콘텐츠 시장의 개방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신한류 붐을 활용해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중 FTA가 이미 중국에서 현지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대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로선 값싼 중국 제품들이 대거 수입돼 고전하리라는 우려가 있다. 이는 현실적인 영향으로 우리가 고민을 더해야 할 부문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들이 걱정만 하기보다는 중국 중소기업들도 같은 조건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오히려 매년 15% 정도씩 증가하는 중국 소비시장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열리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중국 시장 저변에 퍼져 있는 한류 문화를 활용하고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림으로써 중국의 내수 시장, 특히 고급 시장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많이 생성되고 발전할 때 가능하다. 이들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과 함께 기업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교육함으로써 창의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경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한중 FTA 타결은 중소기업과 신생기업들이 충분히 노력하고 경쟁력을 갖출 경우 투자에 따른 수익성을 높여줌으로써 우리 경제를 선순환의 길로 이끌 수 있다.
보다 진취적인 자세로 중국의 산업과 통상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근거하여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더불어 FTA로 인하여 타격을 입는 부문에 대한 지원 및 해당 부문의 변신 노력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이뤄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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