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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주식실명법'은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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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주식실명법'은 왜 없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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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기업들은 여유자금이 있으면 투자할 곳을 찾는데 흔히 부동산이나 펀드 또는 주식을 고려한다. 부동산에 58%를 투자하고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자산에 35%를 투자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등기나 등록을 하지 않고 타인 명의를 빌려 투자한 뒤, 필요한 경우 돌려받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 이른바 명의신탁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명의신탁을 통하면 법령상 규제를 피할 수 있고 탈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막는 데 골몰했다. 반면 관련 투자자나 주변 단체들은 투자 위축을 초래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핑계를 대며 정부의 규제나 통제를 피해왔다.

정부는 1995년에 들어서서야 겨우 명의신탁 거래의 사법적 효과를 무효로 하고 관련 당사자 모두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부동산 투기가 이미 전 국토를 유린한 뒤였다.


한편 명의신탁(차명계좌)을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할 경우 증여세나 상속세는 물론 종합소득세까지 포탈할 수 있다. 금융자산을 여러 명의 이름으로 분산시키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학계에서는 금융실명법을 보완하여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금융시장 위축 우려와 경제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금융자산가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올 초가 되어서야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는 명분 아래 가까스로 개정되었다.

그러나 주식 명의신탁 거래는 여전히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다.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에서 보는 것처럼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해두면 상속세나 증여세가 줄어드는 데다 세법상 대주주를 피해 양도소득세까지 면제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 이상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주식은 부동산처럼 등기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과세관청이 주식 명의신탁 거래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부동산실명법이나 금융실명법과 같이 주식 명의신탁 거래를 막을 법률도 없다.


반면 세법은 주식 명의신탁 거래를 발견하면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증여한 것(증여의제)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세법 논리로 보면 허술한 구석이 많다.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 증여를 받지 않았는데도 증여세를 매기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도 위헌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직접 위헌으로 판정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적절하지 않으니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결국 이 문제는 '주식실명법(가칭)'을 만들어 주식 명의신탁 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즉 주식 차명거래의 사법적 효과를 무효로 하고 당사자들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주식 명의신탁 거래를 바로잡는 데 세법 혼자 발을 동동 구르도록 해선 안 된다. 세법은 주식실명법 뒤에서 세금만 걷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 부동산실명제와 금융실명제법을 입법할 때처럼 주식시장을 약화시키고 경제 활성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하는 볼멘 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위한 경제 활성화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그리고 탈법을 방치해서 경기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발상도 유치하다.


마침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정책 목표로 내걸어 진력하고 있지 않는가. 물론 여러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명의신탁된 주식에 대해서는 일정한 유예기간과 세제감면 혜택을 주어서 원상회복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난 일은 지나간 것이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자금의 해외유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정착을 꾀할 필요가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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