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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오버·고용부 뒷짐·노사정위 반대… 山으로 가는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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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오버·고용부 뒷짐·노사정위 반대… 山으로 가는 노동개혁 2013년 12월 열린 민주노총 파업대회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멈춰라 민영화, 힘내라 민주주의'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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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키로 한 노동시장 개혁이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해보지 못한 채 산(山)으로 가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시민사회단체와 일반국민들의 대타협이 전제가 돼야 할 사안임에도 노동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자발적으로 배제된 채 고용이라는 경제 카테고리를 손에 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함께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노동시장 구조개혁방안을 준비하면서 기재부와 고용부, 기재부·고용부와 노사정위원회 간에 현재까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진 사안이 없다. 그럼에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노동개혁을 주문하면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에 대한 예상가능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이날 정부가 내년에 업무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정규직을 지금보다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기재부와 고용부는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다만 뉘앙스는 다르다.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내 "2015년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 정책내용이나 발표일자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제정책방향을 총괄하는 기재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누구 아이디어나 대책인지는 몰라도 경제정책국으로 전달됐거나 논의 중인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고용부는 해명 자료에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관계부처와 협의한 바 없고 앞으로 협의할 계획"이라면서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사실과 다르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해고의 유형을 근로기준법에서는 특별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해고의 이유가 근로자 측에 있는가 또는 사용자 측에 있는가에 따라 일반적인 해고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해고는 다시 근로자 측의 일신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를 통상해고, 근로자 측의 행태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를 징계해고로 구분한다


통상해고에서의 "일신상의 사유"는 근로계약상의 급부의무의 이행에 필요한 정신적·육체적 또는 기타 노무수행상의 적격성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사정이 근로자에게 발생하여 그 결과 근로자가 자신의 지위에 상응해 정당하게 요구되는 업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경우를 말한다


통상해고사유의 사례는 ▲직무능력의 결여 ▲성격상의 부적격성, 중한 질병 ▲경쟁기업과의 친밀한 관계 (근로자가 경쟁기업주와 인척관계) ▲경향사업체에서 경향에 적합하지 않는 급부를 한 경우(예컨대 기독교 사립학교 교사가 개인적으로 불교로 개종)▲노무제공 불이행 등이다. 성과가 낮다는 기준을 하나 추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라는 것을 계량화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직은 업황에 따라 시장여건에 성과가 차이가 난다. 이를 계량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사무직도 성과를 계량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강성노조가 버티는 생산직은 해고가 쉽지 않고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의 증권사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사무직 해고는 오히려 쉽다. 따라서 정부가 생각하는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의 정규직은 대기업 생산직, 그것도 강성의 민주노총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고요건 등은 정규직보다 낮되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비정규직보다 높은 이른바 '기간제 중규직'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용부는 "사실과 다르며 이를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도 "우리한테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두 부처의 해명을 종합하면 각 부처 실무진에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은 있으나 이것이 고용노동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는 것이다.


고용이 정책적 이슈인 것과 달리 노동은 사회이슈다. 정책적 의지와 상관없이 노사정의 대타협과 사회전반의 컨센서스가 중요하다. 최저임금도 정부가 인상을 결정한순 있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두고 매년 노사가 협의를 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노사정 간 타협의 창구는 노사정위윈회다.


그런데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전날 한 방송에 나와 최경환 부총리와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 부총리의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발언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 내에서 긴밀히 협의된 바는 없다"면서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등은 맞는 방향도 아니고 논의할 시기도 아니다. 해고를 쉽게 시키는 것은 마지막 수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해고 쪽 유연화에 무게를 싣기에 앞서 훨씬 신축성이 큰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의 흐름에서 유연화를 반영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경영계도 여러분 만나봤지만 딱 한목소리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기간제 사용 기한을 현행 2년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기간제 고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정책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땜질식으로 이렇게 비정규직 정책을 해서는 차별시정을 통해서 노동시장을 좀 더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원래의 취지와는 오히려 멀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종합대책을 한다면 기간을 조금 늘리는 등이 아니고 차별 시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상당히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상시 업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간제 근로 기간을 늘리는 형태가 아니라 차별 시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고민해야 한다. 차별 시정 요구 권리를 노동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노조나 노동단체에도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도 정부가 이달 중 내놓기로 한 비정규직종합대책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하면서 대책마련에 앞서 노사정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먼저 발표를 해 놓으면 협의효과가 떨어지니 어느 정도 정부, 부처 간의 안이 마련되면 노사정이 협의를 거치는 것이 정책을 더욱 충실히 하는데 있어서도 그러하고 실제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노동계의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정부가 추진하는 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노동계는 "중규직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중규직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중규직'이라는 창조적인 현대판 카스트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법의 허점을 악용해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과 불법적인 사내하도급 근절을 위해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하락시켜, 노동시장 전반을 하향평준화시키려는 정부의 의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중규직을 설치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아예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까지 보인다"고 주장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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