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대신 기회…내년 중국·인도 중저가 본격 경쟁 앞장서야"
이돈주 실장 등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3명 자리에서 물러나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이 유임됐다. 올해 스마트폰 성적 부진으로 경질설이 오갔던 터라 삼성전자의 이 같은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다만 이돈주 전략마케팅팀담당 사장 등 무선사업부 내 사장단 일부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갤럭시 신화'의 주역인 신 사장의 경우 최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직접 묻기보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중저가폰 경쟁을 잘 대비하라는 뜻이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의 승승장구로 비대해진 무선사업부의 조직개편이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신 사장에게 다시 기회를 주면서 대신 6명이 넘던 IM부문 사장단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삼성전자가 '옴니아' 실패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갤럭시' 시리즈로 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으나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라서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신 사장은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실력으로 사장 자리까지 오른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대표적 인물이다. 특히 2009년 말 국내에서도 시작된 '아이폰 돌풍'에 맞서야할 시기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장(사장)으로 승진한 후 현재까지 삼성 스마트폰의 대표 브랜드 '갤럭시'를 이끌었다. 갤럭시S 개발 당시에는 연말에 일주일 가까이를 퇴근하지 않고 회사에서 보내며 진행상황을 조율한 일벌레였다.
2010년 4월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갤럭시S를 발표한 후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자 삼성전자의 실적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갤럭시S2의 성공과 함께 삼성전자는 IM 부문에서 8조원이 넘는 이익을 거뒀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2930만대로 세계시장 점유율 32.9%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스마트폰 시장의 기세가 한풀 꺾인 데다 이와 맞물려 올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5의 판매 성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위기론이 급부상했다. 실적 역시 올해 2분기, 3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위기설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수장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신 사장의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신 사장이 유임된 것은 큰 폭의 변화보다 안정적인 개혁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급변하는 내년 스마트폰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신 사장 체제를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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