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로 시장자금 잉여현상 지속
지급준비예치금 다섯달째 증가…7적립월 35조5456억원으로 올 최대
지준율 높은 요구불예금·수시입출예금 증가 영향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들이 한국은행 계좌에 쌓아놓는 돈인 지급준비예치금이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인하로 시중 여유자금이 많아진 데다 지급준비율이 높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의 단기성 예금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지급준비예치금은 사실상 무수익, 즉 노는 돈이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간한 조사통계월보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준예치금은 7적립월(8월7~9월10일) 기준 35조5456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그달 예금의 규모와 구성에 따라 지급준비액(시재금+지준예치금)을 다음 달 둘째주 목요일부터 그 다음 달 둘째주 수요일까지 지급준비율에 맞춰 쌓아야 한다.
올해 1적립월(2월6~3월5일) 33조8146억원을 나타내던 지준예치금은 2적립월(3월6~4월9일) 33조6478억원으로 감소하는 듯 했지만 3적립월(4월10~5월7일) 34조1816억원으로 늘어난 이래 다섯달연속 상승해 7적립월에는 35조5456억원을 나타냈다.
보유 예금 종류별로 지준율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지준예치금 증가는 단기성 예금 증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장기주택마련저축, 근로자우대저축, 가계장기저축, 근로자재산형성저축과 같은 목적부 저축성예금의 지준율은 0.0%지만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지준율은 7.0%다.
한은 관계자는 "개별은행마다 지준예치금 운용 기준이 다르지만 지준율이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지준예치금이 증가했다면 지준율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쌓아야 하는 단기성 예금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제규모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 이상 예금도 증가하기 때문에 지준예치금은 꾸준히 늘어나는 성향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별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지난 9월 말 기준 지준예치금 7조1313억원을 쌓아 지난해 말 3조1610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하나은행도 3조2615억원으로 작년 말(2조4433억원)보다 33%가 많았다. 외환은행(1조7000억원→1조9900억원)도 17%,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3900억원→1조2000억원)은 9개월 새 지준예치금이 3배 넘게 늘었다.
해당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시장자금의 잉여가 지속되다 보니 쌓아야 하는 지준금보다 더 많은 예치금을 넣어두는 경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장상황에 따라 지준예치금 구성을 달리해야 하는데 지준율 예치를 많이 해야 하는 요구불예금이나 수시입출식예금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9월 평균 요구불예금 잔액(말잔 기준)은 112조395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성예금 평균 잔액은 922조6120억원으로 3.3% 증가에 그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이들머니(idle money·노는 돈)에 속하는 지준예치금을 과도하게 쌓는 것은 기회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은 미국 연준처럼 초과 지준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기 때문에 지준예치금을 쌓았을 때 '인센티브'가 없다"면서 "버퍼(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지준예치금을 초과해서 많이 쌓아두는 것은 단기자금의 예측불가능성이 컸을 때나 자금운용을 잘못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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