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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사선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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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사선과 암 박우윤 방사선방어학회 의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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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어디에 있든 늘 방사선에 노출돼 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면서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 방사선을 맞으며, 땅 위를 걷거나 산책을 하면서 땅 속에 들어있는 방사성물질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받고 있다. 또한 집안에서는 집을 지을 때 재료에 섞여 들어간 흙과 돌에서 방출되는 방사성기체를 흡입하고,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방사성 물질을 섭취하며 우리 몸 속에 들어온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대소변으로 배출되지만 일부는 우리 몸 조직 속 깊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은 미세한 방사성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방사선이 그렇게 강력하고 해로운 것이라면 왜 인류는 끔직한 모습으로 돌연변이가 되었거나, 죽었거나, 멸종되지 않았을까.


방사선은 지구에 산소가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지구가 탄생될 때부터 자연환경의 한 구성 성분으로 존재해 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이 방사선의 바다에서 대처하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진화시켜왔다. 그러나 인간뿐만 아니라 어느 생명체도 방사선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오지 못했다. 이는 이러한 능력을 발전시킬 만한 진화적 필요성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은 어떤 수준의 자연 방사선에 적응할 수 있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방사선' 하면 무조건 위험하고 해롭고 무서운 존재로만 생각한다. 많은 양의 방사선은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매우 낮은 선량에서는 그 영향이 무시할 정도로 미미하거나 오히려 좋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론 방사선의 양이지만 다른 여러 요소들도 작용한다. 즉 같은 방사선량이라도 노출된 기간, 방사선의 종류, 조직의 종류, 조직의 양,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화학물질 등 우리가 모르는 여러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을 평가할 때에는 방사선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인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공해물질, 교통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속에서 곡예하듯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비해 방사선량은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하므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어떤 환경적 요인보다 매우 잘 연구돼 있고, 관리되고 있다.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은 100년 이상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다. 그중 가장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는 일본의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수명 연구(LSS)로 100mSv 미만의 선량에서 암 발생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관찰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는 100mSv 미만의 경우 방사선 방호 목적의 편의상 100mSv 이상에서 얻어진 모델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100mSv 미만에서 암 발생자 수를 가상적으로 산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단서를 달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한 주민에게서 발생한 갑상샘암이 원전과 연관이 있다는 판결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암 발생의 원인은 복합적인 것이므로 원전과 암 발생의 인과 관계의 입증을 위해서는 실제 원전 주변주민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을 받았는지, 방사선 이 외에 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지 원전 주변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암 발생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주장이 사실일 수는 없다.


과학적 근거없는 주장은 우리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소모적인 논쟁과 상호 불신과 불안만 야기할 뿐이다. 정부도 방사선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방사선 영향에 대한 연구 지원도 늘려야 할 것이다.


박우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의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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