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특수 잡아라" 폰 출고가 인하+지원금 상향…'수능 보조금' 눈치보기도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고3 학생들이 처음 맞은 주말이었던 지난 15일 서울 강남 일대의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에 '고3 특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삼오오 모여 판매점을 들른 학생들은 몇 가지 문의를 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 고3 학생은 "친구들과 놀러 나왔다가 가격만 물어봤다"며 "신형폰으로 바꾸고 싶은데 낮은 요금제를 쓰니 가격이 너무 부담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판매점 관계자는 "수험생들은 아이폰6와 갤럭시노트4 같은 최신형폰을 많이 찾지만 가격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중저가폰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는 수능이 끝난 직후 주말께 수험생들을 노린 '수능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게 벌여졌다. 그러나 올해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데다 지난 1~2일 벌어진 '아이폰6 대란'으로 보조금 살포에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었다.
아예 조용했던 것은 아니다. 주말 이통사들이 수능이 끝난 첫 주말 판매점 장려금(리베이트)을 올리면서 상황은 '아이폰 2차 대란' 발생 직전까지 흘러가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5일 아이폰 2차 대란이 발생할 뻔 했다"며 "판매점 리베이트가 급격하게 늘었다가 짧은 시간 내 이통사 내부적으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고3 등 휴대전화 구매 대기 수요가 많아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통사들은 고3 특수를 노리고 지난 주말을 전후로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단행하고 주요 모델의 공시 지원금을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KT는 지난 12일 갤럭시 코어, 갤럭시 그랜드2의 출고가를 각각 20만9000원, 37만4000원으로 낮춘데 이어 지난 15일 팬택 베가 아이언2의 출고가를 35만2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베가 아이언2의 가격은 절반 이상 줄었다. 이통사들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16G 모델과 갤럭시노트4, 갤럭시S5, G3 등 인기 단말기의 지원금도 주말께 올렸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4일까지 수험생들이 단말기를 개통하고 7일 이내에 '친구'를 추천하면 해당 매장에 추가 판매 리베이트 5만5000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달 초 벌어진 '아이폰6 대란'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험생 특수를 노린 시장 과열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번 아이폰 대란 역시 방통위의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었기 때문에 보조금 2차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수능이 끝난 수험생 대기수요 등을 노리고 다양한 방면에서 수요 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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