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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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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력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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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을 하도록 지명받은 것이오."


초대 유엔(UN) 사무총장 트뤼그베 할브단 리가 후임자 다그 함마르셸드에게 들려준 말이다.(김정태ㆍ'유엔사무총장')

유엔 사무총장 역할이 세계에서 가장 수행하기 어려운 것은 사명이 지구적인 데 비해 권한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코피 아난 제7대 사무총장은 아프리카 내전을 방관하는 국제사회를 비판하며 "나 자신은 전투기 한 대, 군인 한 명도 움직일 권한이 없다"며 무력함을 토로했다. 쿠르트 발트하임 제4대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은 무한 책임을 지지만 실제로는 보잘 것 없는 힘을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엔은 평화 유지와 국제협력 증진을 목표로 활동한다.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사안으로도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다. 사무총장은 그러나 의사결정권이 전혀 없다. 사무총장을 더 맥빠지게 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를 회원국이 따르도록 유도할 재원도, 강제할 수단도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원국이 유엔의 결의를 무시하기 일쑤고 유엔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예를 들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반대와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 미국은 지난 9월 하순 시리아 북부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런 행위는 사무총장은 물론 유엔의 존재와 활동도 무시하는 일이다.


유엔이 스스로 짊어진 지구온난화 방지 프로젝트도 표류하고 있다. 유엔은 197개국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시키고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한 교토의정서를 1997년에 채택했다. 교토의정서는 2005년 발효됐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처음부터 의무감축 대상국에서 빠진 데다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가 2012년 의무감축 대상국에서 탈퇴했다. 선진국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개발도상국을 돕는 프로그램인 녹색기후기금(GCF)은 재원 마련이 막막한 상태다.


유엔 사무총장 8명이 지난 약 7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은 뭘까. 초대 사무총장 할브단 리가 1950년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회원국이 한국전에 참전하도록 한 일을 꼽을 수 있다. 남침한 북한의 뒤에 있던 소련이 여기에 반대했고 중국이 추가로 참전했지만 남한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할브단 리는 소련과 공산권 국가의 반대에 부딪혀 1952년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전쟁 발발을 막고 침략전쟁을 저지하는 평화 수호자라는 유엔 사무총장의 권위는 미약해졌다.


유엔 회원국의 6ㆍ25전쟁 참전 외에 유엔 사무총장의 큰 족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엔 사무총장은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자리가 아니라는 근본적인 제약이 큰 탓이다. 이는 앞으로 누가 사무총장을 맡아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기문 총장도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유엔은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해서 성과를 거두는 기구가 아니다. 훌륭한 명분에 맞춘 아름다운 언사(言辭)가 펼쳐지지만 현실에서 이행되는 말은 드물다.


국내 정치권과 유권자의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을 이런 배경에 비춰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반 총장은 여야 양쪽에서 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그에 대한 유권자 지지율이 올라오면서 높아졌다. 올해 들어 20% 전후였던 반 총장 지지율은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40%로 뛰었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다는 사실은 그 인물의 정치력과 무관하다. 사무총장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실질적이지 않은 이벤트에 매몰돼 지낼 위험이 큰 자리다. 따라서 사무총장 이력에는 가산점이 아니라 감점을 줘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온 인물보다는 가능한 일을 이룬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더 적합하다. 물론 반 총장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정치력을 한국 정치에서 발휘할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백우진 국제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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