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이얼링 사건'이라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황태자의 비극적인 사랑 그려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루돌프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인물이다. 하지만 기존 권위에 도전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후계자로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캐릭터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이처럼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인물을 보편적인 스토리와 정서에 기대어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배경은 큰 줄기를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만 간략해 관객의 이해를 높였다.
이미 뮤지컬 '엘리자벳'을 본 관객들이라면 루돌프 황태자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엘리자벳과 프란츠 요제프 1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늘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며 어딘가 불안해보였던 그 꼬마 아이가 자라서 루돌프 황태자가 된다. 권위적이고 엄격했던 아버지보다는 자유주의자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루돌프 황태자의 삶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다.
당시 자유주의 사상에 매료됐던 루돌프는 권위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글로 표현했다. 그는 '줄리어스 팰릭스'라는 가명을 내세워 왕실의 문제점을 꼬집고, 더 나아가 제국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신문에 내보내 명성을 높인다. 하지만 막상 현실 정치에서 루돌프는 아버지의 권위에 짓눌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작품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처한 주인공 루돌프를 보다 매력적이고 이상적인 인물로 부각시킨다. 젊고, 꿈 많으며, 진보적인 몽상가에다가, 적당히 나약하고, 로맨티스트의 면모까지 갖춘 캐릭터로서 '루돌프'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배우 임태경은 가창력과 연기에서부터 이따금씩 던지는 유머까지 흠잡을 데 없이 '루돌프'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인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에서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낭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황태자 루돌프'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손꼽히는 '마이얼링' 실화에 큰 줄기를 둔다. 루돌프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 마리 베체라와 사랑에 빠진다. 보수적이고, 틀에 박힌 약혼녀 스테파니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마리 베체라는 루돌프 황태자에게 연인 그 이상의 정신적 동지를 뜻한다. 하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이 이들의 사랑을 호락호락하게 내버려둘 리 없다. 황태자로서 자신의 지위와 사랑을 지켜내는 데 벽에 부딪힌 루돌프 황태자는 마리와 함께 마이얼링에 있는 별장을 찾아가 끝내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황태자 루돌프'는 노래, 연기, 무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유럽 뮤지컬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게감을 과감하게 떨쳐내고, 멜로를 앞세워 당시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재연해나간다. 최근 들어 부진했던 프랭크 와일드혼의 넘버들이 이 작품에서만큼은 감미롭게 무대에 녹아든다. '엘리자벳'과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지만, 판타지적인 요소를 제거해 보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다. 임태경 외에 안재욱, 팀이 루돌프로 캐스팅됐다. '마리' 역은 최현주, 김보경, 안시하가 연기한다. 2015년 1월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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