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타결로 1% 가까이 상승하며 추세적 상승 기대감이 높아졌던 코스피가 엔저 우려감에 다시금 발목이 잡히면서 전날 강보합세에 그쳤다. 엔저로 인한 수출대형주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가 여전히 높아 쉽게 2000선 회복의 전기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환정책 방향이 엔화에 대한 수세에서 공세로 바뀌고 있고 향후 엔화 움직임을 고려했을 때 추가 약세를 위한 모멘텀도 단기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가 불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 정부가 지난 6일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를 시사해 엔저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정책변화에 따라 향후 엔저로 인한 공포분위기가 다소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는 엔·달러 환율이 상승해 엔저가 나타나면 원·달러 환율도 상승을 유도해 원화가치도 동반 하락시키겠다는 의미다. 최근 원·엔 환율은 940~960원 수준에서 변동 중이며 이를 관리수준으로 생각하면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1080~1100원선이다. 엔화 약세가 지속돼 만약 엔·달러 환율이 120엔까지 상승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1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공세적인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경기 모멘텀이 크게 훼손된데다 경기에 대한 인식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감안하면 수출 부진을 내수로 만회해 성장을 이끌어 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준비된 내수부양책도 내년에나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단 수출 여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교역량은 3.5% 내외에서 증가해 연초보다 하향조정되면서 정부가 4분기 환율 관리에 더 나서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0.6%포인트 정도 하향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낮아진 세계 경기회복세를 감안하면 국내 경제에 줄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 개입하에 나타날 원엔 동조화는 적절하게 단행된다면 잠재적인 원화 강세 기대를 조절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에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 채권시장 강세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엔저 우려가 높았던 수출기업에 대한 시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원·엔 동조화로 나타나는 원화 약세는 대규모 자금유출을 발생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환율변동은 주가변동폭이 만회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일본은행(BOJ)의 밀어붙이기식 통화정책으로 인해 국내 수출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모처럼 반등 기회를 잡은 코스피 상승세가 크게 꺾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에 비해 추가적인 엔저를 자극할만한 단기적 모멘텀은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나친 비관론은 불필요해 보인다.
엔·달러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과 일본간의 선물금리다. 엔·달러 환율은 현재 미국의 금리보다 2년 후 금리전망치와의 상관관계가 더 높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현재 엔달러 환율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상황을 선반영했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 선물금리는 2% 내외인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년 후 금리전망치는 2.5~3%로 차이가 큰 상황이다. 현재 엔·달러 환율인 115엔에 해당하는 금리차를 역으로 계산해보면 대략 미국 금리는 2.3%인 상황에 해당한다.
결국 달러강세에 따라 움직이는 엔화 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의 조기금리인상 여부다. 만약에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빠르게 전개하면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겠지만 느긋하게 갈 경우에는 엔저가 마무리되면서 강세전환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엔화 약세 모멘텀은 그만큼 크지 않다는 의미이므로 지나친 엔저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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