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중 FTA는 별다른 상승 동력이 없었던 코스피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전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소식에 코스피지수는 1% 가까이 올랐다. 환율 진정과 최근 지수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도 상승세를 견인했다. '팔자' 행진을 이어갔던 외국인은 6거래일 만에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한·중 FTA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업종별로 수혜 규모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한·중 FTA로 인한 지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코스피가 다시 박스권으로 회귀할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어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 이번 한·중 FTA를 계기로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1차 정상화 목표치는 2000포인트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유동성의 힘이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억눌려왔던 국내 대형·수출주 투자심리 개선이 가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중 FTA로 연간 관세 절감액은 54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한·미 FTA(9억3000만달러)의 5.8배, 한·유럽연합(EU) FTA(13억8000만달러)의 3.9배에 달한다. 상당기간 실적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수출주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할 소지가 있다.
여기에 한·중 FTA 체결 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었던 자동차(완성차) 산업이 양허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코스피 반등에 플러스 요인이다. 자동차부품 업종의 수혜가 무산된 데 따른 기업별 실망감도 있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완성차 기업에 대한 안도감이 시장에는 좀 더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 = 한·중 양국의 무역 구조와 그간 협상에서의 상품 양허 논점 등을 감안했을 때 단기적으로 석유화학, 기계, 일부 철강제품 등의 일반 품목군에 대한 관세 철폐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산업재의 경우 균질적인 재화의 특성 상 관세 철폐로 인한 수혜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한·중 FTA로 인한 단기적· 직접적 수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 = 최근 코스피는 급격한 주가 조정이나 외국인의 순매도 흐름은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현재 코스피 주가 수준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MSCI Korea)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Forward PBR) 1배(코스피 환산 2040포인트 수준)를 크게 밑돌면서 밸류에이션 저평가에 따른 추가 매수세 유입 가능성도 유효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고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해줄 만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세는 완화했지만, 그렇다고 외국인이나 기관이 뚜렷하게 매수세를 이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당분간 뚜렷한 반등세가 진행되기보다는 박스권 내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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