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신용등급 무더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철강·정유·건설 등 최근 업황이 악화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회사채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이 부진했거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 9곳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이 최근 일제히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일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내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뚜렷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나이스신평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신용등급도 기존 '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최중기 나이스신평 평가전문위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및 육상플랜트 부문에서 과거 대비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창출력 저하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반영해 그룹 내 조선 3사의 장기신용등급을 각각 한단계씩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19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낸 대림산업도 실적 발표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일 대림산업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낮췄다.
주력 제품인 봉형강과 후판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동국제강도 최근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다.
한신공영은 공공 부문의 수주 경쟁 심화와 대규모 대손상각으로 재무안정성이 낮아지면서 신용등급이 기존 'BBB+'에서 'BBB'로 강등됐다.
신용등급 자체는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이 내려가 향후 등급 강등 위험이 커진 기업들도 있다.
지난 6일 한기평과 나이스신평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SK에너지가 연대보증을 제공한 SK인천석유화학의 등급 전망도 동일하게 낮췄다.
SK에너지의 경우 전반적인 정유 업황 악화 속에 과거보다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저하됐고, GS칼텍스는 비정유 부문의 실적 완충 여력이 약화됐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추세로 볼 때 정유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조만간 현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가와 정제 마진 등이 계속 국내 정유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GS칼텍스의 등급 전망 악화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GS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정유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GS칼텍스의 영업 성과에 따라 그룹 전체적인 외형과 수익 기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지주사인 GS와 GS건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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