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가격 역차별 논란도 골칫거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가 3주 앞으로 다가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주력 상품인 TV의 할인가를 공개했다. 연말 특수를 노린 모양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가전업체들의 공세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삼성전자 55인치 풀HD TV를 599.99달러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현재 1199.99달러에 판매하는 제품이다. 국내서는 100만원대 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최신형 65인치 커브드 UHD TV는 1999.99달러에 판매된다.
2500달러에 판매되는 이 제품은 3D 기능이 없는 보급형 모델이지만 국내서는 3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LG전자 역시 60인치 풀HD TV를 648달러에 판매한다. 이처럼 파격할인가를 내세운 것은 중국 업체들의 가격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 TV 업체들의 제품은 더 싸다. 중국 TV 업체 하이센스는 현재 65인치 UHD TV를 12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아직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가격은 나오지 않았지만 1000달러 이하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품 대비 절반 가까이 가격이 저렴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하이센스가 미국 TV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내 놓았다. TV 시장에서 화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패널로 삼성전자, LG전자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 고소득자가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비싼 TV를 구매해온 반면 최근에는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구매하는 사례가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이센스가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은 제품'으로 평가 받을 경우 향후 TV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진상 연구원은 "과거 중국 기업들이 품질보다 가격적인 이점을 앞세워 신흥국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은 가격 대비 성능비를 앞세워 선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면서 "실용적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일본 업체와의 공세도 힘겨운데 국내 제조업체들은 가격 역차별 논란이 더 걱정거리다. 최근 스마트폰 가격 논란이 불거졌듯이 해마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되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싸게 판다는 가격 역차별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미국과 국내는 시장 규모도 다르고 할인 판매되는 제품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에서 할인율이 높은 제품은 특정 시즌을 맞아 내 놓은 프로모션 상품으로 국내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는 다르다"면서 "시장 규모도 다르고 제품 자체도 다르다 보니 가격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직구 제품들도 AS를 지원하는 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