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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영호남 화합과 예산 짝짜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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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영호남 화합과 예산 짝짜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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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경북과 전남지역 여야 의원 26명이 지난 4일 낮 국회 사랑재에 모였다. '동서화합포럼'의 세 번째 모임이다. 이날은 특별히 '경북ㆍ전남 현안 간담회'라는 이름아래 의원들뿐 아니라 김관용 경북지사, 이낙연 전남지사 등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시장ㆍ군수 등 5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동서화합을 위한 여러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자는 뜻에서 두 지역이 여야 합동 당정회의를 연 것이다.


동서화합포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영호남 지역갈등을 끝내고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정치권에서부터 화합의 물결을 일으켜보자며 두 지역 의원들이 의기투합, 지난해 말 결성했다. 첫 행사로 지역감정의 상징적 인물인 고(故) 박정희,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생가를 교환 방문하기로 했다. 1월에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 전 대통령 생가를, 3월에는 경북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요즘 들어 영호남 지역주의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그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평소에는 잠복해 있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린다.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두 전직 대통령의 생가 교환 방문을 두고 정치 이벤트로 폄하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배타적 지역주의를 의도적으로 조장해 온 정치인들이 스스로 그 벽을 허물겠다고 나선 데 대한 응원의 박수다.


그런 점에서 이날 간담회는 실망스러웠다. 동서화합을 위한 여러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자는 것은 허울일 뿐 애초 포럼의 목적은 다른 데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 지역의 내년도 예산 확보에 힘을 보태주자는 것이 결론이었다. 예산 심의 때 상대 지역에 대한 정치공세를 하지 않고 경북 의원들은 전남 숙원사업을, 전남 의원들은 경북 숙원사업의 예산 확보에 적극 힘을 보태자고 다짐했다. 한마디로 끼리끼리 모여 지역 예산을 따내자고 담합을 한 것이다.

간담회에서 김 지사는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건설 등 모두 30건, 2784억원 규모의 지역 사업, 이 지사는 송정~목포 간 고속철도 등 7대 과제의 예산 확보를 요청했다. 포럼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우리 두 지역이 제일 처진 지역"이라며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야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은 "저희들이 잘해서 목표로 했던 예산치를 다 채우도록 하겠다"고 맞장구쳤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경북 경산ㆍ청도)에게 "(예산만) 책임져 주면 저희 전남 발전을 위해 영혼을 팔겠다"며 "최 부총리를 비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최 부총리는 "저 나름대로 포럼 회원으로서 예산안 편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예산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확장공사 중인 88고속도로(광주~대구)가 내년 개통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니, 죽이 잘도 맞는구나 싶다. 다들 나라 예산을 너무 쉽게 입에 올리는 꼴이라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국민 눈에는 두 지역 의원들이 동서화합을 내세워 지역 예산을 따내려 결탁하는 것으로 비친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눈독을 들인다는 얘기다. 설마 끼리끼리 주고받는 식의 예산 협조가 화합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노파심마저 든다. 더구나 '동서 예산 화합'은 다른 지역과의 불화를 낳아 국민 통합을 해칠 수 있다. 포럼이 취지대로 지역갈등을 치유하고 진정한 화합을 이루는 초석이 되려한다면 예산 담합으로 또 다른 형태의 지역주의를 조장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동서화합도 여러 줄기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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