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웨이길· 몽마르뜨공원 서초문화예술공원 창권사 쉼터 등 나만의 산책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점심 먹고 식곤증이 몰려올 때, 혹은 일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깐 찾는 나만의 쉼터가 있다면 어떨까.
알록달록 물든 단풍을 만끽하려 유명한 산책로나 북적대는 공원을 물색하기 보다는, 작고 소박하지만 나홀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동네 숨은 쉼터, 산책길을 찾아보자.
◆걷다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길, 허밍웨이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빌딩숲이 즐비한 도시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건강도시를 모토로 하는 만큼 주민들의 건강을 생활 속에서 챙길 수 있는 걷기 좋은 산책로가 곳곳에 정비돼 있다.
철제 담장과 무성한 잡초로 지나다니는 보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반포천 길은 2009년 '반포천 제방길 Redesign Project'에 따라 친환경 소재 울타리와 각종 꽃과 나무를 심는 등 정비해 걷다보면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허밍웨이길'로 재탄생했다.
반포천 제방길 동작역~이수사거리 약 500m거리인 허밍웨이길은 유모차를 끌고 나오기도 좋아 주변 아기엄마들의 단골 산책로로도 유명하다.
김효정(35, 반포동)씨는 “눕히기만 하면 울어대는 100일된 딸을 달래는 방법으로 유모차에 태워서 허밍웨이길을 걷는 것 만한 특효약이 없다”고 말했다.
뿐 아니라 반포아파트 숲과 한강시민공원에 인접한 허밍웨이길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인 정석원(40, 성남시)씨는 “아침마다 만원버스에 치여 피곤하고 짜증이 나다가도 이 산책로를 따라 회사까지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진다”며 “좀 돌아가도 일부러 이 산책로를 이용해 출퇴근 한다”며 웃었다.
◆예술과 놀이와 휴식이 어우러지는 곳, 서초문화예술공원
강남 한복판 도심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우거진 나무와 흙냄새로 둘러싸인 쉼터, 서초문화예술공원이 있다.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 지하철역에서 10분 거리로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한다. 총 면적이 6만8200㎡이며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에는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원 내에는 기획전시장, 놀이마당, 중앙광장, 야외공연장 등 테마별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조각공원에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 10여점이 전시돼있고, 꽃전시회, 동물박람회 등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690석이 갖춰진 야외공연장은 음악회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미술전문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서초미술제 등 작품전시와 볼거리가 다양한 퍼포먼스는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산책로에는 60여개의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도시락을 챙겨온 가족소풍 맞춤 장소이고, 연인들이라면 산책을 하며 조용히 속삭이기 좋고, 아이들은 넓은 풀밭에서 마음껏 뛰고 자전거를 타도 좋을 만큼 공원 내 길이 잘 정비돼있다.
특히 영화 속 배경 같은 메타세콰이어길이 펼쳐진 곳은 촬영명소로 일부러 찾는 사람들도 많다.
◆도심속 작은 유럽 공원에 온 기분을 느끼다, 몽마르뜨 공원
텁텁한 매연과 소음, 번잡한 인파 때문에 걸으면서 힐링한다는 것은 꿈도 못꾸는 강남 한복판이지만 그 옆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유럽 공원을 옮겨놓은 듯 너른 잔디밭과 산책로가 펼쳐진다.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모여살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인 몽마르뜨 공원은 그 이름처럼 주말이면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 부부와 자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켠에는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놓여있고 구청에서 관리하는 깔끔한 화장실은 아이들과 놀러오는 부모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만큼 관리가 잘 돼있다.
프랑스인이지만 한국인 남편을 만나 서래마을에 이사온 000씨는 “처음 이사 와서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층간소음 때문에 집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야단만 치는데 한창 뛰어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를 찾아서 주말에는 거의 여기에 나와 논다”고 말했다.
특히 몽마르뜨 공원은 매년 6월이면 1만여 명이 함께하는 젊음의 축제, ‘한불음악축제’가 펼쳐지는 공연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직장인들의 식후 필수산책코스, 청권사 쉼터
방배동에는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묘소와 사당이 있는 청권사가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방배역 4번 출구에서 약 100m 떨어져 있으며 별도 입장료가 없고 뒤에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조성돼 있어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후에 한 바퀴 돌고 오는 쉼터로 애용되기도 한다.
전시관 안에는 고즈넉한 옛 고성처럼 연못이 있고 돌석상과 돌비석들이 깔끔하게 세워져있어걷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주변 직장에 다니는 이수연(가명, 40)씨는 “다양한 종류의 운동기구들이 놓여있어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이 짬을 내 잠시 몸을 풀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단풍과 낙엽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을이 지나기 전에 도심 생활과 직장 생활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나만의 맞춤 산책길을 찾아 힐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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