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홀 주변은 언제나 희비가 교차하는 곳이다.
프로에게는 퍼팅 하나로 수십만 달러가 오가는 전투 현장이고, 아마추어골퍼에게는 애간장을 태우는 내기의 종착역이다. 퍼팅에 실패한 경우 영국과 미국 골퍼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보자. 우승을 앞둔 마지막 퍼트가 홀을 한 바퀴 훑고 나오는 안타까운 경우 "Her birdie putt hit the lip of the cup and spin out"이라고 말한다. 'lip out' 또는 'lap the cup'도 있다. 우리나라 은어로 '냄비 닦고 나온다'는 말과 유사하다.
2012년 4월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17번홀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김인경은 마지막 홀에서 파(par)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불과 30㎝ 파 퍼트를 놓쳐 유선영에게 연장전 끝에 결국 우승컵을 상납했다. "그녀의 공이 아슬아슬하게 홀을 지나쳤다(She missed the hole by a whisker)"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다음날 떴다. 'by a whisker'는 '아슬아슬하게'라는 뜻이다.
이 상황을 굳이 위로한다면 "Almost!" 또는 "I thought you got it"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교습가 하비 패닉이 말한 "숏퍼트를 할 때 머리나 눈이 움직이는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다(Moving your head or your eyes on a short putt is a result of fear)"라는 명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인경의 실수도 같은 맥락이다.
퍼팅이 짧았을 경우 "It's only a few inches short of the cup"이다. 어려운 퍼팅에 성공했을 때 상대방이 "What a great putt!"라는 칭찬을 했다면 "Thanks, I had an easy line"라고 응대하면 된다. 퍼팅을 잘 하는 비결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간단하다. 멀리 있는 공은 홀 근방에 갖다 놓고, 오르막 퍼트는 과감하게 치며, 짧은 퍼트는 실수하지 않고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꼭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욕심이 더해져 서두르게 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샘 스니드는 "모든 퍼팅을 집어넣겠다고 욕심 부리는 골퍼는 보통 스리퍼팅을 잘 하는 사람이다(The golfer who tries to hole all his putts is usually the one with the most three-putts)"라고 했다. 가슴에 새겨둘 말이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퍼팅 역시 공격과 수비를 잘 구분해 행동에 옮겨야 한다.
짧은 퍼트의 미스는 특히 다음 홀까지 영향을 준다. 헨리 코튼은 "숏퍼트의 실패가 다음 홀에서 OB를 내라는 뜻이 아니다(Missing a short putt does not mean you have to hit your next drive out of bounds)"라고 했다. "지나간 홀은 빨리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라"는 의미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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