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는 18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통령의 인품이나 정치 성향, 외교능력, 가족사 등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18명중 골프를 하는 대통령 15명이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골프중독자'라는 점은 같다. 왜 미국 대통령들은 골프광이 되었을까? 좁은 백악관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녹색 그린을 바라보면 새가 새장에서 나온 것처럼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정세까지 살펴야 하는 자리라 일에 대한 중압감이 대단하다. 골프가 그 해방구인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다. "취임 이래 10월 현재까지 라운드를 200회나 했다"는 후문이다. 골프에 대한 정열을 버리지 못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언론이나 일부 정치가의 비난도 개의치 않고 골프장으로 달려간다. 미국인 기자가 이슬람 국가(IS)에 참수당하는 모습을 보고 애도 성명을 발표하자마자 라운드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미국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골프를 즐겨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주 미국의 한 일간지가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는 "Obama plays 200th round of golf as 2nd Ebola case emerges(두 번째 에볼라 확진 환자 출현, 오바마는 200번째 라운드를 즐기다)"라는 기사 제목까지 뽑았을 정도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갤러리를 가장 많이 맞힌 독특한 기록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스스로 "내 공에 맞는 관중 수가 줄어드는 걸로 보아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알겠다(I know I'm getting better at golf because I'm hitting fewer spectators)"라는 농담을 했을까. 그의 고향 그랜드 래피즈에서는 포드 대통령이 친 공이 관중을 향해 날아가면 'fore(포어)' 대신 '포드(Ford)!'라고 외쳤다고 한다.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스코어가 들쭉날쭉해 핸디캡을 정할 수 없었다. 80타대 중반을 치다가 컨디션이 나쁜 날은 110타대를 치기도 했다. 어떤 스포츠 기자가 "핸디캡이 얼마나 되십니까"라고 질문을 하자 "나는 정해진 핸디캡이 없네, 모든 핸디캡이 내 것 일세(I don't have any handicap. I'm all handicap)"라고 대답했다.
'빌리건'이라는 별명을 가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모니카 루윈스키와의 스캔들 이후 그의 심정을 골프에 설명해 화제가 됐다. "골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생과 유사한 점이 많다. 골프나 인생이나 큰 상처는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다(Golf is like life in a lot of ways. All the biggest wounds are self-inflicted)"라며 개탄했다.
글=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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