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건이 뭐지?"
티잉그라운드에서 미스 샷을 한 뒤 동반자의 허락을 받고 벌타 없이 다시 치는 샷을 '멀리건 또는 멀리건 샷(mulligan shot)'이라고 한다. 아마추어골퍼들이 코스에서 흔히 쓰는 '몰간'의 정식 용어다. 미국 텍사스 출신의 세계적인 교습가 하비 페닉은 가장 싫어하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는 결혼식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부부, 두 번째가 바로 멀리건을 자주 치는 무례한 골퍼'라고 자서전에 썼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대표적인 인사다. '빌리건(Billigan)'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미국에서는 동반자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미스 샷을 무시하고 다시 치는 샷을 '빌리건 샷'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풀이하면 'Penalty free second shot'이다. 엄연한 골프규칙 위반이지만 '우정과 아부, 그리고 자비의 샷'으로 대변된다.
"OB 났어(Hit an OB)?"라고 물으면서 "멀리건 하나 받고 그걸로 플레이해(Take a mulligan and replay that stroke)"라고 자비를 베풀면 된다. 요즈음에는 미국에서도 멀리건이 하도 만연되다 보니 플레이 전 이런 대화를 자주 들을 수 있다. "Are we playing mulligan today(오늘 멀리건 있는 플레이할까요)?", "Yes, one mulligan per nine, but only off the tee(좋아, 전, 후반 각각 하나씩 티에서만 하자)"와 같은 식이다.
멀리건을 다른 말로는 'one more rule' 또는 'do-over', 'hit till happy(HTH)', 일부 골퍼들은 'breakfast ball'이라고 한다. 아침식사 후 바로 치면 배가 불러서 미스 샷을 많이 한다는 게 출발점이다. 어떤 영어사전에는 'maul it again'의 줄임말이라고 나와 있다. 어원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지만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다.
멀리건과 유사하지만 룰 적용이 다른 게 있다. 유대인 샤피로에서 이름을 딴 '샤피로(Shapiro)'다. 두 번째 친 샷이 원래의 공보다 나빠도 두 번째 공으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피니건(finigan)'은 멀리건 후에 다시 쳤는데 원래 샷보다 더 형편없는 공일 때, 세 번째도 나쁘면 '브래니건(Branagan)', 네 번째까지 나쁘면 '플레너건(flanergan)'이다. '진스버그(ginsberg)'는 두 개의 공 중에서 좋은 것으로 선택해 플레이하면 된다.
미국의 자선골프대회에서는 멀리건 티켓 1장에 10달러를 받고 판매하기도 했다. 최고 10장까지 살 수 있다. 영국인들은 "룰에도 없는 이런 만행은 엄금해야 한다"고 미국 골퍼들을 비난한다. 지난주 방문한 미국 LA시내 퍼블릭 골프장의 티잉그라운드에는 'No Mulligan, please!'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 있었다. 한국 골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멀리건을 남용하기 때문이라는 현지 교포친구의 귀띔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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