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낱말의습격]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에 관하여(209)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우리가 자나깨나 바라는 것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돈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쾌적하고 고결해보이는 삶, 그리고 건강과 그것을 향유하는 즐거움들, 성에 대한 환상들과 같은 즉물적인 것도 있지만, 독서나 예술취향, 탐미적 갈망이나 완전한 무엇에 대한 추구, 여행이나 학문적 심취, 혹은 자아성장과 성취 욕망과 같은 조금 더 정신적인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 말고,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집요하게 천착하는 것도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명망(名望)이라는 것입니다. 명망은 명성과 인망이라고 풀어볼 수 있는데, 명성은 이름이 내는 소리입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즐기는 쾌락입니다. 내 이름이란 내가 지은 것도 아니고 태어난 뒤에 붙여진 문자 혹은 소리일 뿐인데 그것에 왜 이토록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름의 자랑(명예)을 위해서 결투를 신청하여 죽어간 옛 사람들은, 과연 그 이름의 무엇을 지키고 갔는지, 그 죽음으로 이름을 성공적으로 지켰는지 뒷사람들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인망은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말합니다. 저 사람은 저런 분이구나 하는 감탄이 섞이면서 그를 우러르는 마음이 바로 인망입니다. 누군가에게서 존경을 받을 때 자아감이 돋워지면서 깊은 만족감이 생깁니다. 명망은 그러니까 내 브랜드(이름)에 대한 인기와 내 퀄리티(인품)에 대한 칭찬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남이 해주는 것입니다. 명망은 한번 쌓이면 지속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또한 사회적 재산이라 할 만 합니다. 상품의 브랜드나 품질에 대한 신뢰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명망을 과신하여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그 명망은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현재적 상황일 뿐, 실제의 자아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사람들의 눈은 변덕이 심하며 자주 바뀌기도 합니다. 명망에 의지했던 마음은, 대중의 변심에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입이나 마음에 의지하는 태도가 부른 비극일 뿐입니다. 이름에 대해 들려오는 소리도, 잠깐의 소리이며 믿을 만한 것이 못됩니다. 칭찬 또한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파도의 일부일 뿐입니다.

정치는 명망을 먹고 사는 직업이며, 경제를 움직이는 리더 또한 결국엔 마찬가지입니다. 명망은 쌓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대중은 명망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질투와 냉소를 키우기도 합니다. 스타의 선호도를 조사해보면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 가장 손가락질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옵니다. 명망은 세상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평판이라고도 하는데, 음란물 동영상을 많이 올려 무슨본좌라는 별명을 얻는 이도, 자신에게 쏠린 관심과 평판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상관없이 자아에 대한 명성에 대한 집착은 마찬가지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지식인의 많은 행위들은 명망에 대한 탐닉과 천착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진짜 양상과 계속해서 부여되는 명망이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기 쉽습니다. "나, 누구야" 라는 브랜드로 세상에서 자연스런 존경과 양해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이름에 부여되는 세상의 찬사들이 부질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2천년 전의 사람들도 탄식과 끌탕으로 기록해놓았지만, 여전히 그 망상은 끊이지 않습니다. 방송을 타고난 다음의 인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다음의 명성, 혹은 이름난 학자로서의 자부심, 큰 부자로서의 자랑, 대단한 선수나 예술가가 된 뒤에 생겨난 아우라, 정치인이나 기업인 리더로서 예우받는 것에 대한 환상. 이 모든 것이 명망에 뒤엉켜 자아감을 잠깐 망실하기 쉬운, 취약한 존재 양상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명망에 대한 환상을 끊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더없이 소탈해지며 삶은 소박하고 느긋해질 수 있다는 것. 이 간단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우린 자주 놓칩니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