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본적인 개념들이 모두 '간(間, 사이)' 한 글자를 품고 있는 것은 놀랍다. 인간(人間). 사람을 표현하면서 왜 그 뒤에 간(間)을 넣었는지 생각해보면 얄궂다. 사람이라고 하는 형체가 있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인간으로 보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 자체가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강조한 것일까.
시간(時間)이나 공간(空間)이란 말은 오묘하다. 시간이란 시(時)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고 공간이란 땅으로 표현되는 공(空)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 사이는 바로 인간이 존재하는 그 틈이다. 인간은 달력과 시계가 가리키는 어떤 두 지점 사이를 살고 지도가 가리키는 어떤 두 지점 사이를 산다. 그것이 시간과 공간이다. 사이가 없이 붙어있다면 인간은 존재할 곳도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은 바로 이 '사이'존재라는 특징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시간은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고 공간은 인간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슬픔과 기쁨은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과 기복들이며, 인간의 분노와 깨달음 또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출렁임이다.
인간은 또한 인간과 인간 사이에 관계라는 '사이'를 다시 지닌다. 관계는 세상을 만드는 핵심적인 기틀이 아닌가. 스스로도 '사이'이지만, 다른 인간과도 수많은 '사이'를 지니며, 스스로를 확장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탐구하며 시간의 '사이'도 확장하고, 상상과 연구를 통해, 이 세상에 없는 '사이'도 만들어낸다. 간(間) 한 글자에 들어있는 문(門)과 태양(日)을 들여다봐도 심오하다. 문에 해가 들어와 있다. 문의 이쪽 기둥과 저쪽 기둥 사이에 해가 지나간다. 그 해는 인간이며 시간이며 공간이다. 해가 지나가는 그 짧은 찰나가 인생이다. '사이'에는 인간보다 큰 우주의 통찰이 담겨있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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