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지난 2일 새벽 벌어진 '아이폰6 대란'으로 혜택을 본 소비자는 전체 가입자의 0.02%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동통신 3사 임원진은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대다수 소비자들을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쳐 부르는 은어)'으로 만들면서 혈전을 벌였지만 남은 것은 '0.02%의 상처'뿐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에 형사책임을 질 임원진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라 법을 위반한 이통사의 임원을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법 시행 후 첫 번째 위반인 만큼 본보기 처벌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형사처벌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것 치고는 이통3사가 이번 대란으로 얻은 것은 터무니없이 적다. 미래부에 따르면 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이통 3사의 총 번호이동 건수는 1만8198명에 달한다. 이 중 실제로 '대란'을 통해 혜택을 본 소비자는 1만명 미만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아이폰시장 자체도 그렇게 크지 않은 데다 갤럭시 등 다른 단말기로 번호이동 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며 "2일 새벽에 아이폰6로 혜택을 본 소비자는 많아도 1만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별 번호이동 비율을 보면 SK텔레콤 39%(7066명), KT 37%(6705명), LG유플러스 24%(4427명)이다. 비율로만 계산하면 각 사의 아이폰6가입자는 많아야 4000명 미만이고, 이통 3사를 다 합쳐도 1만명을 넘지 않는다는 뜻이다.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얻은 것이 고작 0.02%뿐인 것이다.
한편에서는 국내 이통사들에 대한 '국산 역차별'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단통법 시행 초기부터 꿈쩍도 않던 보조금이 아이폰6 출시에 맞춰 상승한 데 이어 대란까지 촉발하면서다. 국내 제조사들의 제품보다 아이폰에만 더 많은 지원금과 혜택을 줘 시장 왜곡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아이폰6 대란은 제조사와는 별개로 이통사들이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부분은 확고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일 새벽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폰6 16GB 모델을 10만∼2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소비자들이 몰려와 긴 줄을 서는 등 소동을 빚었다. 해당 모델은 출고가가 78만9800원으로 이통사가 지난달 31일 공시한 보조금 25만원에 판매·대리점이 재량껏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 15%를 추가하더라도 판매가는 50만원선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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