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51개 국가들이 29일 조세 회피와 재산 은닉 방지를 위한 은행계좌정보 교환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의 공감대 속에 방향이 잡힌 은행 비밀주의 청산 계획에 EU가 동의하면서 급류를 탔다.
각국 재무장관 등 금융·세무당국 책임자들은 이날 베를린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초청으로 회의를 열고 은행 비밀주의 종언을 선언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 협정 서명국가들은 2017년 9월부터 은행계좌정보 자동교환 제도를 도입, 운용하기로 했다. 이들 나라 중에는 리히텐슈타인, 버진아일랜드, 케이먼군도 등 유명 조세회피처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 제도를 가동하는 국가 간에는 서로 자국민들의 은행계좌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함으로써 탈세와 재산 국외 은닉을 방지할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은 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채 내국법에 따라 유사한 방식의 정보 교환에 나서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스위스, 오스트리아, 바하마 등 일부 국가들은 2018년으로 제도 시행 시기를 늦춰 잡았다. 조세회피처의 대명사처럼 돼있는 스위스는 제도 시행을 하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쇼이블레 장관은 "인터넷 뱅킹으로 쉽게 금융 거래를 하는 오늘날 은행 비밀주의는 쓸모없는 것"이라며 이번 협정이 탈세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파나마는 은행정보 교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고 싱가포르는 이번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 등 국가별로 이행 의지와 합의 수준이 달라 논란을 예고했다.
또 정보 교환이 시작되는 2017년 이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 조세회피 계좌주들이 재산을 분산, 은닉하는 등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위스의 경우는 자국 산업에 중요한 나라들에만 정보를 넘기겠다고 밝혀 빈국의 부자들은 감시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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