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경환 경제팀이 전세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세시장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으며 관계부처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 7월 출범 직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했고 국토교통부가 주도해 재건축 연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9·1부동산대책을 내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췄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부동산정책은 공급 확대와 가격상승을 전제로 공급자 중심에서 펼쳐왔다.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낮춰 자금조달을 쉽게 해주면 부동산 거래와 매매가 살아나고 이는 건설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한편 내수활성화와 경제성장으로 연결된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거래는 살아나는 거 같은데 문제는 전셋값도 뛰고 전세의 월세전환도 함께 많아졌다는 데 있다. 가격안정과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정부의 규제 완화나 금리인하가 다 남의 얘기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도 파괴력은 적지 않다. 그런데도 보완대책을 내놓는다니 진짜 대책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부동산대책이 대책과 보완대책의 연속이라면 고용대책은 대책의 종합선물세트다. 정부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거의 모든 근로 형태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고용대책을 내놨다. '반듯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대책을 내놨고 청년고용 활성화와 경력단절 여성대책도 발표했다.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장년층을 위해선 장년 고용대책이 나왔고 이명박 정부의 역점정책이었던 고졸채용확대 대책도 마련했다.
최경환 경제팀은 고용대책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비정규직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2.2%) 늘었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2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607만명 중 203만명이 시간제 일자리다. 아직은 양질도, 반듯하지도 않은 일자리다. 정규직 근로자가 1270만명이니 임금근로자 3명 중 2명이 정규직, 1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대책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고 정규직 전환 시 여러 혜택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차별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또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뽑으려면 국가든, 기업이든 돈이 들어간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그러나 "정규직 전환 지원금 제도의 사업효과가 불확실하고 오히려 정규직 채용을 가로막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정규직 채용이 줄면 정부는 이번에는 정규직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부동산이나 고용뿐만 아니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기재부가 주도해 부처합동으로 마련한 굵직한 대책만 매주 1개꼴이다. 각 부처들도 앞다퉈 대책을 내놨다. 재정과 세제, 통화정책과 각 부문별 정책조합만으로는 얽히고 설킨 한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책과 대책, 대책과 보완(수정)대책이 남발되면 정책과 대책의 효과는 반감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경제주체들에 자신감을 주기보다 불안감과 혼란을 줄 수 있다. 대책 없는 대책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도 모색할 때는 아닌지 모르겠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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