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발바흐 독 베를린대 교수 28~29일 세계북한한학술대회 논문서 주장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 정체성과 외부 위협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는북한 담론 전략에 균열을 가하는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연구소의 에릭 발바흐 박사는 28~2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리는 제 1회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 발표하기에 앞서 26일 공개한 논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발바흐 박사는 독일 트리어대학에서 '정체성과 북한의 외교정책'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남북한 외교정책과 동아시아 지역화 과정, 북한의 정치문화 등을 연구하고 있는 북한 전문가이다.
발바흐 박사는 '위협 만들기,안보 수행하기:정체성과 북한의 외교정책에 대한 재고(在考) '라는 논문에서 후기 구조주의의 관점을 도입해 북한이 위협과 정체성을 활용해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발바흐 박사는 "정체성이란 원래부터 타고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정체성은 '나(자아)'와 '타자'의 구별을 통해 형성되며, '도덕적이고 비위협적인 나'에 반대되는 '비도적이고 위협적인 타자'를 통해서 설명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인 자신의 '선(善)'한 정체성을 악한 타자인 미국을 통해 형성해왔다고 평가하고,따라서 북한은 북한과 미국 간 갈등을 정치 갈등이 아닌 선과 악의 도덕적 대결로 대체해왔다고 분석한다.
외세인 미국은 북한에게는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며, 부도덕한 타자인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권리 뿐 아니라 도덕성과 인간성에서도 부적격자한 국가로 타자화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발바흐 박사는 "김정일은 북한이라는 자아를 도덕적으로 고귀한 국가로 보고, 인민들의 충성심과 당 ·지도부·인민·군 사이의 통합을 유지하는데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미국이 실제로 북한에게 최대의 위협인가와는 상관없이 미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설정하는 이유는 북한이 내부와 외부, 나와 타자의 경계를 세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자와 타자의 구분, 위협의 설정과 같은 이 같은 담론이 가져다는 줌을 알고,이를 정권을 유지하는데 정교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발바흐 박사는 결론 짓는다.
이에 대해 학술대회조직위원회는 "발바흐의 분석을 참고한다면 최근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는 그런 점에서 북한 담론 전략에 균열을 가하는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선한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문제제기가 될 뿐 아니라 위부위협이라는 담론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28~29일 연세대 은명대강당에서 '제1회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는 세계 16개국에서 40여명의 해외 학자와 110여명의 국내 북한 연구자 등 15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한다.
북한학계의 대표적인 1세대 원로들과 중견ㆍ신진 학자들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67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 북한을 '유격대 국가', '정규군 국가'로 규정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당ㆍ국가 체제'로 복원됐다고 발표한다.
대회 기간 운영될 토론 분과는 '북한의 새로운 세대와 교육', '북한의 문학, 예술, 문화재', '북한 시장화의 동학', '북한의 건축과 미술', '북한의 권력 구조' 등 25개다.
부대 행사로 북한의 영화, 조형예술, 음악, 미술, 건축 등을 주제로 한 각 분야 전문가가 나와 주제별 해설을 하고 청중과 대화를 갖는 시간도 마련된다.
조직위 사무국장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북한학 분야에서 순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원로·신진학자들이 모이는 학술 활동을 통해 각국의 대북정책의 토양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회의의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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