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육군 특전사령부에 지급된 방탄복 성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거 방탄복을 납품한 업체가 같은 성능의 방탄복을 올해도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력지원체계 획득·관리실태에 관한 감사원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육군 특전사는 2009년 4월 방탄복의 성능이 작전수행에 적합한 지 검증하기 위해 예하 부대인 제3여단 정찰대와 제707대대에서 시험평가를 했다. 평가결과 제707대대는 북한이 사용하는 AK-74총탄을 방호할 수 없어 부적합하다며 미국 법무부 국가사법기구가 제시한 방탄규격인 NIJ를 레벨 3에서 4로 올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2010년 5월 특전사는 제707대대의 보고는 누락하고, '적합' 판정을 내린 제3여단 정찰대의 보고만 인용해 상부기관에 보고했다. 특전사는 육군본부와 국방부에 조달계획을 보고하고 결정해야 하는 규정을 생략한 채 NIJ 레벨 3인 방탄복을 S사에서 그해 직접 구매했다.
S사가 납품한 수량은 특전사용 방탄복만 2010년 680여벌, 2011년 580여벌, 2012년에는 800여벌이다. 감사원은 다음 해 S사가 납품한 방탄복의 성능을 AK-74로 시험한 결과 관통돼 장병의 생명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지적에 특전사는 지난해 납품업체를 D사로 변경했지만 올해에는 또다시 S사의 NIJ 레벨 3인 방탄복을 구매했다. S사는 2010년 방위사업청의 다기능 방탄복 입찰 적격 심사시 서류를 허위로 꾸며 납품했다가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적발된 업체이기도 하다.
올해 S사의 납품물량은 더 늘었다. 다목적 방탄복의 올해 납품물량은 2012년보다 10배 많은 8500여벌(50억5400만원)이다. 여기에 방탄복 안에 들어가는 방탄판도 북한군의 AK-74를 막을 수 있는 신형이라며 4600여개를 12억3600만원에 납품했다. 가격도 더 올랐다. S사는 2012년에 방탄복과 방탄판을 42만원에 납품했지만 올해는 84만원에 팔았다.
김 의원은 "국방부는 신형 방탄복이 북한의 AK-74총탄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제707대대가 건의한 NIJ 레벨 4의 조건은 지켜지지 않아 철저한 검증을 해봐야 한다"며 "감사에 적발된 업체가 계속 납품되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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