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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문을 만드는 사람(194)

시계아이콘01분 04초 소요

내 친구는 30년 동안 문짝만 만들어왔지만, 아직 하느님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느님이 문짝을 만드는 존재라는 것은 깨달은 모양이다. 그는 말했다. "신은 문을 만들었고 인간은 창(窓)을 만들었어."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궁 문을 설계한 존재, 천국문과 지옥문을 설계한 존재는, 사람은...아니지 않은가. 그가 문을 만든 까닭은 안과 밖을 구획짓고 안으로 들어오는 법과 밖으로 나가는 법을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스스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가끔 인간은 스스로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버리기도 한다.


창(窓)은 인간이 밖을 보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 밖은 우주이며 자연이며 세상이며 햇살이며 빗방울이며 눈발이며 하느님이다. 창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하느님이 아니고 인간의 법과 금지를 넘나드는 슬픈 사람이며 창으로 나가는 사람 또한 어떤 금지와 금기를 넘어 도망가는 다급한 사람이다. 대학 시절 문이 없는 집에서 산 적이 있다. 나는 그 방을 한쪽에 달려있는 창을 통해 들어왔고 창을 통해 나갔다. 그 방은 내게 늘 금지된 방이었고 늘 감옥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방이었다.

문을 만드는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과 비슷한 모양이다. 어떻게 잘 닫힐까를 고민하고 어떻게 잘 열릴까를 고민한다. 닫힐까를 고민할 때는 안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 밖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평안해지도록 함이며 열릴까를 고민할 때는 안에 있는 사람이 통하고자 할 때 쉽게 응답하도록 함이며 밖에 있는 사람이 통하고자 할 때도 기꺼이 응답하고자 함이다. 문을 닫는 것은 분리하여 평안해지는 것이며 문을 여는 것은 소통하여 안정감을 찾는 일이다. 목숨은 목의 문을 열고 닫는 일이며 생사는 눈을 열고 닫는 일이다.


우리는 목의 문이 닫히는 것, 혹은 눈이 닫히는 것을 그토록 두려워하지만, 그것은 대개 분리의 평안을 향한 설계에 응답하는 일이다. 문이 벽이 되는 일, 어쩌면 원래 벽이었던 문이 잠시 문이었다가 다시 벽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벽이 문이었을 때의 잠깐 동안의 한숨과 안도. 그게 지금 살아있는 모양새의 전경일지 모른다. 문 밖엔 내가 모르는 것들이 늘 서성거리는.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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