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흘러가는 것들을 무엇으로 기억하는 것일까. 하나의 사진처럼 스틸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동영상처럼 연속된 상황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은 현실적인 저장방식과는 다른 입력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냄새나 소리, 그리고 그 분위기와 뉘앙스까지 동시에 기억되기도 하고, 그 중의 인상적인 하나만 또렷이 남기도 한다. 기억들은 저장되는 기간에 따라 그 콘텐츠가 변화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희미해지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며, 또 다르게 기억되기도 한다.
동영상이던 기억이, 사진처럼 하나의 이미지로 바뀌기도 하는 것일까. 동영상의 시간적 순서가 뒤집히기도 하고, 이미지 속의 장면들이 잘못 기입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기억 속의 동영상과 스틸 이미지는 그리 큰 차이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미소 어린 표정은 동영상이기도 하고 사진 한장이기도 하다. 흰 모시치마를 입고 굽은 허리를 힘겨워하며 죽담을 내려서서 마당으로 내딛어 달려오는 외손주를 품에 안던 그 반가운 사람은 냄새 하나와 옷감의 까칠한 질감만으로도 충분한 기억이다. 어쩌면 기억 속에서는 모든 감각과 영상들이 통합되어 현실처럼 그 나름의 완전함을 지니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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