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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기억은 동영상인가(192)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0초

우린 흘러가는 것들을 무엇으로 기억하는 것일까. 하나의 사진처럼 스틸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동영상처럼 연속된 상황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은 현실적인 저장방식과는 다른 입력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냄새나 소리, 그리고 그 분위기와 뉘앙스까지 동시에 기억되기도 하고, 그 중의 인상적인 하나만 또렷이 남기도 한다. 기억들은 저장되는 기간에 따라 그 콘텐츠가 변화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희미해지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며, 또 다르게 기억되기도 한다.

동영상이던 기억이, 사진처럼 하나의 이미지로 바뀌기도 하는 것일까. 동영상의 시간적 순서가 뒤집히기도 하고, 이미지 속의 장면들이 잘못 기입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기억 속의 동영상과 스틸 이미지는 그리 큰 차이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미소 어린 표정은 동영상이기도 하고 사진 한장이기도 하다. 흰 모시치마를 입고 굽은 허리를 힘겨워하며 죽담을 내려서서 마당으로 내딛어 달려오는 외손주를 품에 안던 그 반가운 사람은 냄새 하나와 옷감의 까칠한 질감만으로도 충분한 기억이다. 어쩌면 기억 속에서는 모든 감각과 영상들이 통합되어 현실처럼 그 나름의 완전함을 지니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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