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상래]
전남 무안군의회 의원들이 오는 31일 중국 베이징으로 해외 선진지 견학에 오르는 것을 두고 주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군의회 측은 무안군의 축산업 발전방향과 로컬푸드 활성화방안 모색을 위해 세계 최대 시장인 베이징의 농축산물 경매장과 인근 농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군의원들이 선진제도와 시설 등을 둘러보고 새로운 정책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연수를 떠난다는 데 이를 무작정 막아설 수는 없다.
하지만 군의회 주변에서 들려오는 뒷말들을 종합하건대 이번 중국 연수가 과연 선진지 시찰인지 관광성 외유인지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도 있다.
베이징 연수를 맡게 된 여행사는 군의원들이 방문할 만한 농가 또는 축산업 법인을 쉽사리 찾지 못해 아직껏 세부 연수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다. 연수를 열흘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연수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면 선진지 시찰이라는 명분은 희미해진다.
이 때문에 군의회 주변에서는 “말이 선진지 연수이지 실상은 관광성 외유 아니겠느냐”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뚜렷한 연수계획이 준비되지 않은 채 군의원들이 무작정 외유에 나선다면 ‘연수예산을 쓰고 보자는 식의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에 변명할 여지가 없어진다.
군민들은 7대 의회가 시작한 지 4개월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만이 상정됐을 뿐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무안군의회는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영·유아 모집인원 증원에 관한 조례안 한 건을 상정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정부가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설립을 늘릴 방침으로 의무화 하고 있는 가운데 상정된 법안이어서 유권자 표를 의식한 ‘시늉내기 법안’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모(43·무안읍)씨는 “군의원 8명 중 6명이 초선인데도 불구하고 초선의원들이 의정에 대해 연구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이번 의회도 해외연수를 빙자해 관광성 외유를 떠나는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연수에 대한 합리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왕 욕먹을 것 다녀오고 보자는 식의 모양새도 주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의원들이 법으로 보장된 해외연수를 떳떳하게 떠나려면 연수 목적과 계획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전·사후평가 심의기능 강화 등을 통해 냉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혈세를 쓰는 의원들이 지켜야 할 본연의 자세라는 게 군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노상래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