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저녁(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농산물 등 개방수준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유연성을 발휘해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짓자는 이야기도 오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합의한 2015년 교역규모 30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려면 안정적인 제도적 틀 마련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난 7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의 때 합의한 바와 같이 한중FTA의 연내 타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특히 상품ㆍ서비스ㆍ투자 등 주요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이루어야 하고, 통신ㆍ문화ㆍ관광 등 양국이 현재 가장 활발히 교류중인 분야들이 포함된 포괄적인 수준으로 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또 상품과 농수산물 개방수준 등에 대한 양측 간 입장 차이는 있지만 연말까지 실무진들이 창의적인 대안 모색과 유연성 발휘를 통해 한중 FTA 협상 타결을 이루도록 독려해가기로 했다. 불과 2달여 남은 올해 내로 양국이 FTA 협상을 완료하기 위한 실무적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양측이 이미 합의한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위안화 청산은행 운영 개시 등 세부적 합의 사항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리 총리는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무역의 편리성을 높이고 투자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 측 의지도 재확인했다. 리 총리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 수호를 위해 많은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언급하고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은 확고부동하며 중국은 핵 비확산 체제를 계속 수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리 총리는 "남북 접촉은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7일 오전 ASEM 정상 자유토론(리트리트)에 참석해 국제 현안 등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끝으로 ASEM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ㆍ이탈리아 정상회담과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을 위해 로마로 이동한다. 정상회담에서는 이탈리아의 패션ㆍ문화 분야와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력을 접목하는 호혜적 협력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개월 만에 다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한 교황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16일 오후 박 대통령은 ASEM 전체회의 제2세션에 참가해 자신의 외교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소개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선도발언에서 "유라시아의 서쪽과 동쪽을 하나의 대륙으로 잇기 위해서는 고리가 끊어져 있는 북한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와도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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