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와 '핫라인' 구축하고 조회수 급등 게시글 집중 모니터링 방안 검토한 것으로 드러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온라인상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엄단' 방침을 밝힌 검찰이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게시물에 대한 직접 삭제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 신설 이후 불거진 국민과 관련 업계의 우려 속에서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오던 검찰에 대한 비난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실상의 '검열과 통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밝혀졌다.
서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지난달 18일 대검과 미래창조과학부·안전행정부 등 유관기관과 네이버·다음·카카오(합병 이전 기준)·SK커뮤니케이션즈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검찰이 배포한 것이다.
검찰의 대응방안에는 포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유언비어·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실시간 정보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겠다는 안이 담겼다. 또 전담수사팀에서 자체 법리 판단을 한 뒤 포털사에 해당 게시물을 직접 삭제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삭제 여부를 추후 심사해 시정요구와 명령을 내리는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방통위의 사이버 단속에 대해 과잉단속 및 공정성 결여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법적 근거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직접 검열 및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다.
검찰의 계획대로라면 온라인상에서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한 게시물은 모두 감시 대상이 된다. 검찰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조회 수가 급증하는 것을 '이상 징후'로 분류해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또 명예훼손과 관련이 있는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글은 모두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된다.
게다가 검찰은 업계에 '협조'를 얻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는 검찰의 일방적인 통보 수준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 의원은 "정보통신망법상 게시물을 삭제하려면 방통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검찰의 즉시 삭제 요청은 이를 무시한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검찰은 해당 자료는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의견' 수준에서 업체 관계자들과 공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의원실 측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행방안을 담은 검찰의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 문서 역시 공식 자료와 함께 나눠진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검찰의 설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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