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에 첫 '현장시장실' 열고 지역현안 청취
교육·교통·환경문제 등 마을공동체 역할 강조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축허가 취소 소송에서는 이겼습니다. 하지만 아우디 측이 대형 로펌을 앞세워 항소하고 주민 개개인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와 협박을 하는 통에 어느 날 또 갑자기 공사를 강행하는 건 아닐까 걱정입니다. 시장님께서도 아이들이 매일 아침 등·하교하는 길 바로 앞에 정비공장이 지어지고 있는 것 직접 보시지 않았습니까?"(주민 박윤영 씨)
"수많은 자동차가 드나들고 도색이다 정비다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입니다. 게다가 여긴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많은 보금자리 주택이고요. 애초부터 내곡지구는 '저탄소 녹색단지'로 조성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주민 안종호 씨)
11일 낮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 5단지 입구에 박원순 시장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주민들이 힘찬 박수를 쏟아내며 환영했다. 박 시장이 민선 5기부터 주력해 온 '현장시장실'이 그동안 서울시내 25개 자치단체구 중 20곳에서 열렸지만 서초구에 마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은 내곡지구 아파트단지 내에 들어선 아우디 정비공장 인허가 문제와 내곡지구 순환 마을버스 운행, 중학교 신설, 주변 마을 종상향 등을 해결해 달라며 박 시장의 방문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뜨거운 가을 햇살 속에서도 박 시장은 한 시간 반을 도보로 이동하며 주민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을 일일이 둘러보고, 이어 언남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지역 주민과의 청책토론회에서 몇 가지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아우디 정비공장은 이미 대체부지 후보지를 찾아놓은 상태라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이전해야 할 곳 주민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초 SH공사가 아우디 측에 주차장 부지를 내준 것도 문제이고, 이후 서초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준데도 책임이 있다"며 "이미 공사가 80% 가량 진행된 건물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부지 이전에 따른 비용부담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이 간단하지 않으니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공사 현장에는 아우디 협력업체 직원 50명이 나와 "대체부지 해결만이 서로가 살길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박 시장은 당초 예정된 일정이 끝난 후 다시 이곳에 들려 공사가 중단된 건물 내부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또 내곡지구와 인접한 본마을, 홍씨마을 등 1종 전용주거지역인 9개 마을을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는 "개발제한이 해제된 서울 시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시계획위원회와 관련실국에 철저히 따져볼 것을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여의천, 신원천 등 인근 하천의 악취문제와 폭우시 범람 위험에 대해서는 하천정비계획을 다시 검토할 것을 SH공사 측에 지시했다. 학교부지 매입비용을 확보하지 못해 지체되고 있는 중학교 신설 문제와 턱없이 부족한 단지내 보육시설에 대해서는 각각 강남교육지원청과 서초구청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 줄 것을 요청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무책임하게 뭐든지 다 해드린다 약속할 수는 없지만 현장을 확인하고 주민 목소리도 들은 만큼 훨씬 더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앞서 위례나 마곡 지구도 가봤지만 새로 조성된 단지에는 늘 예상하지 못한 어려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내곡지구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 모인 것처럼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마을공동체 문화가 확산돼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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