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간 배달의 민족 '직구 황금열매' 따먹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직구'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야구의 직구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직구하면 가장 먼저 해외 직접 구매를 떠올릴 정도가 됐죠. ”
국내 최대 해외 배송대행 업체인 몰테일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록 코리아센터닷컴 대표의 말이다. 이처럼 직구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김 대표는 미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해외 직구 1조원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김 대표가 처음 미국에서 물류센터 구축에 나선 것은 해외 직구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생각한 것은 역직구였다. 코리아센터닷컴이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통합 솔루션 메이크샵에 입점된 국내 쇼핑몰들의 수출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물류센터를 건립했지만 당시 리먼 사태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야 할지 고민하던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금융위기로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국 현지 제품들이었다.
김 대표는 “미국 현지 제품이 엄청나게 싸게 팔리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당분간 미국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버틸 수단으로 생각했다”면서 “어차피 물류는 한국에서 나가는 것과 들어가는 것이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공들여 세운 물류센터를 여기에 이용해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미국에 세운 1개의 물류센터로 시작했으나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물류센터도 증가했다. 몰테일은 현재 미국에서만 캘리포니아, 뉴저지, 델라웨어 3곳의 직영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중국, 독일에도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만 직원이 300명에 달한다. 매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0년 20억원에 달했던 몰테일의 매출은 지난해 26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증하는 해외 직구 수요에 김 대표는 더욱 바빠졌다. 올해 연말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엄청난 직구족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뉴저지 센터를 지금의 4배로 확장해 곧 오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배송을 위해 국적기의 전용 공간도 대폭 늘렸다. 유럽 진출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의 물류센터가 안정되고 기반이 잡히면 영국 진출을 준비할 생각이다. 앞서 접었던 역직구의 꿈도 실행에 옮겼다. 메이크샵이 운영하는 역직구 오픈마켓인 'OKDGG'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80% 증가했다.
특히 몰테일은 고객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해외 직구의 경우 아무래도 애프터서비스(AS)나 반품 등이 쉽지 않아 고객이 불만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품 취소 프로세스가 매우 복잡한데 한국 소비자들의 잦은 반품 등 까다로운 요구에 아예 한국 소비자들의 주문을 받지 않는 쇼핑몰도 있을 정도였다. 고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몰테일은 상품에 하자가 없는지 일일이 검수를 하고 소비자가 반품을 요구할 경우 자체적으로 반품을 해준다.
김 대표는 “그렇게 받은 반품 제품들을 모아 바자회를 열고 10분의 1 가격으로 판매한다”면서 “바자회의 수익금은 전액 불우 이웃 돕기에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 직구 트렌드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생활 자체도 바뀔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확인한 미국 쇼핑몰들의 한국 진출이 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한 배송대행에 그쳐서는 안 되며 특화 분야를 개발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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