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 파라과이와 첫 평가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0ㆍ독일)이 1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선을 보인다. "팬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경기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슈틸리케 축구'를 맛볼 기회다.
▶꼼꼼한 설계사=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7일부터 파주NFC(축구대표팀 훈련장)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휘했다. 그는 꼼꼼했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훈련에 필요한 장비들을 설치하고 점검했다. 운동장을 오가며 걸음으로 거리를 재 고깔을 놓고 선수들이 입을 조끼도 챙겼다. 초시계와 훈련 계획이 적힌 메모지를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확인했다. 말수는 적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패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볼을 잘 간수하라"거나 "미리 생각하고 공을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미드필더 이명주(24ㆍ알 아인)는 "비디오 미팅을 하면서 '경기장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라'고 강조한다. 빠른 판단과 볼 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다. 모든 선수가 식사를 마친 뒤 함께 숙소로 이동하는 모습이 아직은 어색한 듯하다.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미디어담당관(36)은 "식사가 끝나고 먼저 일어나도 되는지를 물으면서 어색해했다. 훈련장 밖에서는 가벼운 농담도 하면서 선수들과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고 했다.
▶기본은 수비=슈틸리케 감독이 이틀 동안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수비다. 전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으나 수비수 네 명과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한 포백(4-back) 전술이 대표팀의 기본 골격이 될 전망이다. 그는 골라인에 골대 세 개를 설치하고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게 했다. 공격수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수비진의 부담과 집중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박건하 코치(43)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경험해 보는 훈련"이라고 했다. 수비진에는 "절대 공을 뒤로 돌리지 말라"고 했다.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 1차 목표는 무실점이지만 수비수의 역할은 또 있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공격 가담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너킥 훈련을 지휘하면서 곽태휘(33ㆍ알 힐랄), 기성용(25ㆍ스완지시티), 김기희(25ㆍ전북) 등 장신 수비수들을 골대 앞에 배치했다. 공을 차는 순간 움직여야 할 공간을 설명하는 데 15분을 할애했다.
▶여전한 과제 '골'=원톱 공격수와 좌우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 등은 따로 모여 훈련했다. 측면 크로스와 2선 침투를 통한 슈팅 훈련이다. 손흥민(22ㆍ레버쿠젠)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골키퍼 김승규(24ㆍ울산)와 내기를 하며 중거리 슈팅을 더 했다. 그의 훈련은 지켜보던 황인우 의무팀장(41)이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며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계속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물론 상대 팀도 '골잡이' 손흥민을 주목하고 있다. 파라과이의 간판 공격수 로케 산타 크루스(33)는 '한국의 젊고 유망한 선수'로 손흥민을 언급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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