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용준 기자]범상치 않은 가족이야기가 안방극장에 자리를 잡았다. 6일 오후 방송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가 바로 그 주인공.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라는 작품 설명에 걸맞게 이 드라마는 전혀 다른 두 가족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주인공 백야(박하나 분)의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친구 생일을 맞아 빼어난 얼굴과 몸매를 비구니 복장으로 가린 채 나이트클럽에 들어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친구를 챙기는 모습과 남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발랄한 젊은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백야는 그런 통통 튀는 매력의 뒤편으로 무시무시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그건 바로 신경질적인 시누이. 그의 식구는 친오빠와 올케, 딱 세 명이었다. 백야는 만삭의 올케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한명 뿐인 친오빠에게만 갖은 애교를 부리는 이중성을 내비쳤다. 이는 돌아가신 부모의 부재라는 상실감과 더불어 좋은 가족의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조건이었다.
장무엄(송원근 분)의 가족은 이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백야와 친구들이 클럽에서 마주친 상대는 바로 그. 장무엄은 백야 일행에게 얼음처럼 냉정한 성격을 내비쳤다. 비록 백야 일행이 그를 성추행범으로 오해하긴 했으나 장무엄의 태도는 이를 감안하고도 충분히 '까칠'했다.
그런데 세상에, 집안에서 그는 유들유들하면서 넉살 좋은 작은 아들이었다. 장무엄은 할머니 손을 잡고 애정 어린 마음을 주고받는가 하면 아버지와 어머니에겐 귀여운 애교로 무장하고 용돈을 요구했다. 또 그는 잘생기고 듬직하지만 나이가 차도록 미혼인 형에 대한 염려도 표했다. 이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도련님의 표본 같은 캐릭터였다.
사람은 결핍을 채우려하는 법이다. 자연스럽게 자기가 갖지 못 한 것에 끌린다. '압구정백야' 첫 방송은 위와 같이 안과 겉이 다른 두 인물과 그들의 가정을 소개하며 끝을 맺었다. 이 설정은 인물들이 앞으로 서로에게서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갈 여지를 남겨뒀다. 더불어 완벽하게 상이한 두 집안의 충돌이 만들어낼 풍파에 대한 긴장감도 키워냈다.
그 안에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갈 백야의 캐릭터에 특히 큰 짐이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백야의 양면성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넘치는 개성은 매력적이나 너무나 적나라한 타인에 대한 적의는 정상의 범주가 아니었다. 그 모습이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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