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등 발생하는 축산 뼈 조각, 유기질 비료(천연 인산칼슘 비료)로 탈바꿈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감자탕 족발 갈비 등 먹고 남은 뼈 조각이 질 좋은 천연 비료로 탈바꿈한다.
서울 강서구(구청장 노현송)는 전량 소각·매립 처리하던 뼈 쓰레기를 유기질 천연 비료 원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이달부터 본격 시작한다.
뼈 쓰레기 재활용체계를 구축한 건 전국 지방자치단체중 구가 처음이다.
그동안 음식점 등에서 발생하는 뼈 조각은 대부분 생활쓰레기 봉투에 담겨 그대로 처리됐다.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소각되거나 매립돼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처리과정에서 막대한 비용부담을 초례했다.
이에 이런 애로점을 해소하기 위해 뼈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구는 뼈가 칼슘(Ca), 인(P) 등 유기질 함량이 높다는 점에 착안, 버려지는 뼈 조각을 고농축 천연 인산 칼슘비료 원료로 재활용 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음식점이 이물질 없이 뼈 조각을 종량제 봉투(전용 스티커 부착)에 담아 분리 배출하면 5개 수집 대행사가 이를 중간집하장으로 옮기고 재활용 업체가 이를 수거해 골분비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500개 음식점 대상 시범사업, 내년 4월 전 음식점으로 사업 확대
뼈 쓰레기는 가금류(오리 닭 등), 수산물(패류 어류 갑각류 등), 축산물(소 돼지 양 등) 등 3종류로 구분된다.
이 중 배출량이 가장 많고 유기질 비료 원료로 적합해 시장성이 높은 축산 뼈가 이번 사업 대상이다.
강서구 소재 음식점은 총 4800여 개소. 이 중 갈비 감자탕 설렁탕 곰탕 족발 등 축산 뼈를 주 원료로 하는 음식점은 1000여 개소에 달한다.
구는 이들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뼈 조각이 연간 25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가금류, 수산물 취급 음식점과 각 가정 등에서 나오는 뼈 조각까지 모두 포함하면 뼈 배출량은 4000여 t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구 전체 생활쓰레기 배출량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구는 먼저 축산 뼈 취급 음식점 중 배출량이 많은 500개 업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친다.
이어 성과가 확인되면 내년 4월부터 가금류, 수산물 취급 음식점을 포함한 전 업소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수입원료 대체, 환경오염 예방, 예산 절감(연간 2억원) 등 1석 3조 효과 기대
구는 버려지면 오염원이 되지만 수거와 재활용을 통해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뼈 재활용 사업으로 수입원료 대체와 환경오염 예방, 예산절감 등 1석3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뼈를 주원료로 하는 인산칼슘 비료는 토양 산성화·열과 방지, 빠른 생장을 돕는 효능이 있어 농가에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뼈 공급부족으로 인광석 등의 비료원료를 100%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자체적으로 인산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구는 이번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막대한 양의 인광석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인광석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유발 물질인 폐석고 등 부산물도 감소시켜 환경오염 방지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예산 절감 효과도 눈에 뛸 전망이다. 구는 그간 생활쓰레기로 소각, 매립하던 처리비용을 크게 덜어 연간 최대 2억원에 달하는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구는 이번 조치로 2016년 자원순환전환촉진법 시행에 따라 예견되는 소각·매립 비용 인상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올 4월부터 사전 현황조사, 타당석 분석 후 본격 사업 착수
구는 뼈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올 4월부터 현황 조사를 펼쳤다. 8명의 재활용 컨설턴트를 서울시로부터 지원 받아 뼈를 재료로 하는 음식점 300개소를 직접 방문, 업소 실태를 살폈다.
업소 당 뼈 배출량, 배출주기, 뼈 종류 등을 조사, 수집된 통계량에 대한 타당성 분석 후 이달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구는 참여 음식점에는 '환경 살리미 인증서'를 수여, 적극적·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무심코 버려지던 뼈 쓰레기가 훌륭한 자원이 됐다. 쓰레기 처리 적응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뼈 조각까지 재활용하는 혁신으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도 주민 생활 속에서 나오는 오염원을 가치 있게 변화시켜 환경도 보호하고 경제가치도 창출해 나가는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